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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보장성 강화, 의료계 혼란만 키웠다"

발행날짜: 2006-11-06 06:31:13

서울대 암센터 허대석 소장, "의료이용 양극화만 부추겨"

중증질환자에 대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진료현장에서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대 암센터 허대석 소장은 최근 가톨릭의대 의과학연구원에서 개최된 '가톨릭암센터 20주년 심포지움'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허대석 소장은 "정부가 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중증질환자 본인부담금을 20%에서 10%로 경감했지만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이로 인한 수많은 문제점들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본인부담금 경감으로 일어난 가장 큰 문제점은 암환자들의 대형병원 집중현상이라고 밝혔다.

허대석 소장은 "국민 누구나 최상의 진료를 받기를 원하며 특히 암과 같이 생명과 직결된 치명적인 질환에서는 차선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에 특별한 재정적 부담없이 대형병원에 입원이 가능해진 환자들은 이들 병원에서 끝까지 버티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말기암환자들일지라도 대형병원에서 끝까지 치료를 받기를 원하고 있어 의료자원의 낭비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쉽게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계층의 환자들은 의료시설 이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대석 소장은 보장성 강화정책이 오히려 의료전달체계에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가져오고 있으며 의료이용형태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모순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허 소장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암환자 진료에 1,2,3차 의료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2차 의료기관의 역할은 찾기 어렵고 3차 의료기관이 암환자 진료를 전담하는 체계가 구성돼 있다"며 "이로인해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수의 암환자 진료를 떠맡은 3차 의료기관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제대로된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환자 거주지 주변의 1,2차 의료기관이 제대로된 기능을 하지 못하니 환자들은 질병 발생시 무조건 3차의료기관의 응급실을 찾게 되고 일단 입원하면 퇴원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로인해 1,2차 의료기관은 점점 더 소외되고 3차 의료기관은 요양시설이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대석 소장은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료의 질에 대한 표준화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단편적인 보장성 강화가 아닌 국민들에게 어느 병원에 가면 어떤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진료의 질에 대한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

허 소장은 "모든 위암환자가 최고 병원의 최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료의 질이 표준화되어 있다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성적이 같은 일정 수준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어 의료자원의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의료의 질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근거중심의학에 기초한 의료전달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이라며 "국민들이 현재 의료현실에서 어떤 치료가 가장 적절한 것인지 자료를 모으기 위한 임상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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