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타이 등 아시아 각 국에서 제2형 당뇨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보건정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손호영 교수팀은 최근 '아시아에서의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역학'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윤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들은 최근 30년 동안 제2형 당뇨환자가 불과 1.5배 증가하는 것에 그쳤지만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많게는 5.1배의 증가세를 보여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었다.
각 나라별로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30년전에 비해 제2형 당뇨환자가 무려 5.1배로 증가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최근 15 년 동안 3.8 배의 증가세를 보였고 중국 역시 15년 동안 3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타이는 30년 동안 당뇨환자가 3.8배가 증가했으며 인도는 20년 동안 4 배, 싱가포르는 약 7 년의 짧은 기간 동안 2배가 넘는 당뇨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 현재 국내 의료진 사이에서는 '당뇨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뇨의 증가세를 걱정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겪고 있는 문제"라며 "단기간에 당뇨병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발표했다.
윤 교수팀은 아시아인들의 당뇨병은 서양인의 질환과 그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선 서양의 당뇨환자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에서 질환의 특성을 나타내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더 젊은 연령층에서의 당뇨병 발생이 많다는 것.
연구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30-39세, 40-49세의 당뇨병 유병률을 비교해본 결과 대부분 40대에 급증세를 보였지만 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30대의 당뇨병 유병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또한 서양인보다 체형적으로 더욱 마른 신체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당뇨병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아시아의 국민건강조사 자료에 의하면 체질량지수(BMI)가 30 kg/m2 이상인 비만 인구가 미국의 유병률보다 상당히 낮았다는 것.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과체중(25<= BMI <30)과 비만 유병률은 각각 34.0, 30.0%로 높은 반면 아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과체중 유병률이 10~28.3 %, 비만 유병률은 2.2~6.8%로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한 비만 유병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연구진은 "체질량지수에 의한 과체중이나 비만 유병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 당뇨병 유병률은 미국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서양인보다 더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들과 비슷한 당뇨병 유병률을 나타낸 것은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라고 전했다.
윤 교수팀은 특히 아시아 당뇨환자들이 서양인보다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증이 미국 등 서양에 비해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일본, 파키스탄,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로 나타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윤 교수팀은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영양소 섭취 변화와 신체활동 감소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며 "또한 체지방과 복부 비만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과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베타세포의 결함 등의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건호 교수는 "아시아인들이 서양인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유전적인 소인이 더 많은데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뇨병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단기간내에 해결되지 못하는 요인들이기 때문에 당뇨환자의 증가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뇨와 그로 인한 합병증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온 바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마다 기존 연구를 통해 보고된 비만 및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보건정책에 적극 적용하는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그 학문적 의의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의학잡지 란셋(Lancet-If-25)지에 11일자 종설(Review article)로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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