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인공심폐기를 이용, 세계에서 최초로 유독가스에 중독돼 심장이 정지된 환자를 소생시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장 정지로 응급 수송되어온 환자를 장기간 인공폐를 통한 산소공급으로 회복시킨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례로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선진성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신재승 교수팀은 최근 질산과 불화수소 등 유독가스에 노출되어 급성호흡부전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한 후 심장이 정지된 환자(남·42세)를 체외순환 생명구조장치를 이용, 심장과 폐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켰다고 밝혔다.
의료진에 따르면 환자는 내원당시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인 질산과 불화수소에 3분가량 노출돼 급성호흡부전 증상을 보였으며 응급실 도착 후에는 이미 심장이 정지된 심각한 상태였다.
또한 무의식에 혈압이 잡히지 않았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으나 유독가스에 의한 폐 손상으로 폐의 산소공급 기능이 망가진 상황이었다.
신재승 교수는 "질산과 불화수소를 폐로 흡입하게 되면 산화질소에 의하여 폐가 기능을 잃게 된다"며 "또한 폐부종이 발생하여 인공호흡기로 100% 산소를 공급해도 몸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30분 가량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후 대퇴정맥에 관을 넣어 우심방에서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낸 뒤 인공폐로 산소를 흡착시켰다.
그 후 인공심장을 이용, 대퇴동맥을 통해 심장·대동맥 등에 혈액을 뿜어 돌려주고 혈압 조절및 중환자 관리 등으로 폐의 기능이 회복되도록 유도하며 7일간 인공폐로 폐 기능을 대신한 결과 폐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7일후에는 폐기능이 회복되면서 인공폐를 제거했으며 통상적인 인공호흡기치료를 2일간 시행 후 인공호흡기마저 제거함으로써 환자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의료진은 "이번 시술은 폐의 기능을 상실해 심정지가 발생, 일반적인 심폐소생술로는 소생시킬 수 없는 환자를 7일간의 체외순환 생명보조장치를 사용해 회복시킨 놀라운 사례"라며 시술의의를 설명했다.
신재승 교수는 "질산과 불화수소 등 유독가스에 중독돼 폐가 망가지고 심장이 정지된 환자를 체외순환 생명구조장치를 이용해 소생시킨 경우는 이번이 세계최초의 사례"라며 "이번 사례는 국내 응급체계와 의료진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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