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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주의'란 오명과의 투쟁

김홍식
발행날짜: 2004-02-16 10:32:41

김홍식 부산시의사회 총무이사

요즈음 거울 속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년이었다고 생각되었던 스스로의 모습이 쉰 살의 나이가 다 되어가는 중년의 모습으로 바뀌었음을 한번씩 느낀다.

‘주5일근무제 사회전반에 확산’이란 신문의 기사를 보면서 나는 빵 한조각과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출근을 하면서 문득 신문의 기사로 본 주5일제 근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의사라고는 나 혼자인 조그마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청년이 중년의 모습으로 변할 때 까지 변변하게 거울한번 제대로 쳐다볼 여유조차 없었으니 말할 것도 없고 나를 도와주고 있는 2명의 간호사에게도 요원한 이야기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가장으로 해외는커녕 변변한 국내 여행조차 제대로 시켜주지 못한 가족들에게도 은근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늦은 오후까지 나에게 진료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두 세평 남직한 좁은 진료실에서 그리 오랜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출근하는 지금도 혹시 진료시간에 늦지나 않은지 연신 시계만 쳐다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가까스로 시간에 맞추어 출근해보니 오늘 대기실에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는 한명도 없다. 요즈음은 진료시간 시작 전에 찾아오는 환자가 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아침 일찍 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하는지 아니면 더 견뎌볼 것인지, 그리고 자기가 느끼는 증상이 혹여 중병의 신호가 아닌지 밤새 걱정하며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방문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써서 진료해야 한다. 출근하여 대기환자가 없는 날이면 우선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며 출근길의 긴장을 풀곤 한다.

의사들에게 직업으로서의 보람이 있는지 묻는다면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 될 것이다. 의사들은 보람을 느끼기 이전에 하루 종일 긴장의 연속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하루를 보낸다. 그나마 환자들이 한참 뒤에 다른 불편함으로 찾아와서 지난번 치료를 받고나서 나았다고 하면 비로소 긴장의 끈을 놓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오늘 방문한 불편함에 대해 또 새로운 긴장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의사로서 보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재주를 가졌으면 좀더 편한 일을 해볼 용기도 가져 보겠지만 그럴만한 용기도 없거니와 이젠 그럴만한 나이도 아닌듯하다.

입시철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대학입시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는데 요즈음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죄다 의과대학을 지망한다고 한다. 아마 학생 스스로의 판단으로 의과대학에 입학하기보다는 부모의 권유나 출신학교 진학 담당의 권유가 주원인인 듯 하다. 의과대학 공부를 하려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좋은 두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재미를 느끼고 체질에 맞아야 할 수가 있다. 소위 적성이란 것이 맞아야 무난히 할 수 있는 공부가 의대공부인데 작년에 의대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36.8%가 의대에 적성이 맞지 않아 다른 전공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주었다한다. 적성이나 전공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고 무조건 사회풍조에 따라 대학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대우를 바라고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지만 쉰을 바라보는 내과개원의인 내가 승용차 한대와 아파트 하나가 재산의 전부이니 아마 우리세대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아야하는 지금의 의대생들이나 수련 의사들은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조그마한 대우가 먼 나라의 꿈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사람들이 의사들은 허구한 날 골프를 치고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고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당사자인 의사의 한사람으로 참 허무한 생각이 든다.

수많은 의사들 중에 골프를 치는 의사도 있고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의사도 있을 것이지만 나처럼 골프도 할 수 없고 환자 진료하느라 설날, 추석이 아니면 하루이상 연속으로 쉴 수조차 없는 의사들이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조차 당일치기가 아니면 다녀올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하면 이런 말을 듣고 느끼는 소외감이나 또한 가족들의 상실감이 걱정이 될 정도이다. 이렇게 경제적인 대우를 포기하더라도 사회적인 대우라도 받을 것으로 생각되느냐 하면 의사들이 매일 언론이나 방송에서 얼마나 매도당하는지 한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의료계를 개혁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의료계 개혁은 적지 않은 의사들조차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말이다. 그러나 “改革”이라는 의미가 원래 아무 볼 폼 없는 동물의 껍데기를 아주 유용한 가죽으로 만들어 진다하는 발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지금의 의료계 개혁이라는 것은 무조건 의사들의 경제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대우를 깎아 내리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어 지극히 정상적인 대부분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행해진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나라의 사회구성에서 의료부분은 국방이나 경제, 정치보다도 훨씬 중요한 부분이다.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없어도 사회가 돌아갈 수 있지만 의사들이 없다면 사회는 지탱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의료개혁이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할 것임에도 멀쩡한 부분을 뜯어내고 있으니 의료가 제 기능을 상실할 정도이다. 의사가 암 환자 수술을 하면서 암 덩어리는 그대로 두고 멀쩡한 정상적인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 것인가?

개혁이 본질을 넘어 정상적인 의료에 억압을 가한다면 그 피해는 정상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통해 바로 국민들인 환자들에게 전달 될 것이다. 정부의 통제와 관리가 이제 무슨 질병에는 한 가지 약물만 사용하라 그리고 전체 치료비는 얼마가 넘지 않게 하라 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마저 새로운 치료법은 거의 인정을 받기 어려우니 의사들이 힘들여 보수교육이나 세미나, 학술대회 등을 다니면서 연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렵게 새로운 치료법을 배워봐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면 그런 치료법을 공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좋은 치료법을 알면서도 환자에게 시행할 수가 없어 속앓이를 하느니 차라리 연구도 하지 않고 새로운 치료법을 모른 채 이전의 낡은 지식으로 정부가 허락한 고전적인 치료법만 시행하고 있다면 오히려 마음이나 편할 것이 아닌가?

응급실에서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환자에게도 보험치료와 비보험치료를 계산하도록 강요받고 있고, 봉사정신에 정부가 돈이 많이 든다고 인정하지 않는 치료를 시행한 의사라면 환자가 그 결과 살아나더라도 그 의사는 여지없이 의사가 아닌 경영자 측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아야하고 그 해당 진료비를 물어내야할 경우도 있다.

응급실에서 치료지시를 내린 의사에게 보증각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종종 듣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보험인증을 받지 못하니 병원인들 무료로 사회사업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이해를 하고 급한 마음에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은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도 않고 보증각서에 서명을 하고 나중에 의사가 아닌 병원경영자에게 혼이 나는 것이 아쉽게도 엄연한 현실이다.

의사보다 더 측은한 것은 환자들이다. 물론 환자들은 병의원을 선택할 선택권은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행해지는 치료가 이렇게 정부의 통제나 관리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인 환자들을 보호할 장치가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다.

환자 권익 보호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이 많니 적니 하면서 돈 계산만 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잘못된 의료제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영향력 키우기에만 급급하며 국민들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단체를 위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운동만 하고 있어 국민들은 그 피해를 막아줄 방패가 없는 상태이다.

한때 관변 언론이란 혹평을 들었던 언론들은 그 반대여파로 가급적이면 사실보도나 대중영합적인 기사로 일관하고 있는데, 과거의 오명으로 인해 다시 오해를 받을까봐 가급적이면 여론형성에 가담하지 않으려하고 있어 국민들보다 먼저 알고 선도하여 국민들의 여론을 만들고 피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국민들은 정부가 하라는 대로 그대로 순응하고만 있으며 의료보험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이 내는 의료보험료 중 많은 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의료보장을 위해 사용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정부나 시민단체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국민들의 의료권리를 관련단체인 의사협회에서 주장한다고 사회적으로 받아드려질 문제도 아니라서 의사들은 더욱 분개하는 것이다.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는 다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가난한 시절 우리 국민들은 과학적이지 못하고 그냥 경험에만 기인한 민간요법에 의존하였다. 그런 가운데 약방이나 약국에서 전문지식도 없이 질병을 진단하고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려는 목적의 투약을 정부도 어쩔 수 없이 눈감아 왔다.

집에서 그냥 앓느니 약국에서 약이라도 먹게 하려는 의도로 시작된 이런 관행이 이제 사회 통념으로 자리 잡고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의 단체가 힘을 가지게 되면서 정부가 그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항상 이런 정확하지 못한 사이비 의료에 익숙해 왔으며, 그 결과 수명은 짧고 심하지 않은 질병에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기도 하곤 하였던 아픈 과거가 있다.

당시의 의사들은 항상 초기진단의 단계를 넘어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태의 환자를 맡아 나중에 사망진단서나 발급하는 직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젠 의사의 수도 늘어나고 의사들이 아주 낮은 수가에도 진료를 함으로써 이런 사이비의료를 근절하고 국민들의 건강지수가 한껏 오를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의사들을 개혁한다고 의약분업을 본연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시작함으로 인해 환자들을 오히려 의사에게서 멀어지게 만들며 다시 사이비 의료로 몰려가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젠 의사들은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다시 의료 사각의 과거로 회기하고 있다는 점에 분개를 한다.

의약분업은 이 땅의 사이비의료를 근절할 유일한 기회였는데 준비가 소홀하고 정부가 목표를 잘못 정하는 바람에 이런 사이비의료를 근절할 호기회를 망실하고 말았다. 후세에 이런 실패한 의약분업을 두고 엄청난 비난과 질책이 쏟아 질것이라는 것을 의사들은 확신한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라기보다 국민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한 크나큰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도 총선이 끝나고 의원급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3,0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다면 환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에 약값까지 포함하여 7,000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라 병의원을 찾을 수 없어 사이비 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충형 민간의료보험 도입도 의료비 부담에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정부의 부담금을 줄이려는 쪽으로만 진행하려하여 정부의 재정 절감은 그 만큼 국민들의 호주머니 돈으로 채우려는 한심한 상황이다. 이는 마치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의사들은 이런 상태로 대충 진료하면서 환자들 앞에서 쇼를 하라고 강요하는 정부에 더 이상 관리를 받을 수 없다는 항거의 표시로 집회도 하고 대정부 투쟁도 벌인다. 국민들의 권익 보호는 정부가 해야 하고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인데도 그들이 이를 방기하니 의사들이라도 나서 국민전체를 보호할 힘은 비록 없지만 환자의 권익이라도 보호해 보려는 것이다.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질병을 가지고 병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때 치료를 하려는 의사가 마음속으로 정부가 사용하라고 강요한 생색만 내는 진료만 해야 하는지 아니면 환자를 위해 내가 부당한 삭감을 당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료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진료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집단이기주의라는 오명을 받으며 4년간 힘든 대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만약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단순히 돈이라면 의사들의 사회적인 위치상 그리고 경제적인 위치상 이렇게 장기간 변함없이 투옥되고 표적조사를 받으면서 투쟁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재로 의사들이 투쟁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들이 보호하고 보호해야할 환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들을 보호해주거나 권익을 챙겨줄 세력이 이 사회에는 전혀 없다는 한심한 생각이 주류이고 또 하나는 먼 훗날 만신창이가 된 의료제도 앞에 국민들이 전문가들인 의사들이 이지경이 이르도록 무얼 했는지 질책할 때 떳떳하기 위해서 촛불을 켜서 대정부 투쟁을 하는 것이다.

만약에 돈이 목적이라면 이런 성과 없는 대정부 투쟁을 하는 시간에 차라리 환자 한명이라도 더 봐서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이런 의료를 계속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의료를 위해 대정부 투쟁을 더 강력하게 해야 하는지 의사들은 갈등하고 있다.

의사들은 국민들과 언론과 정부에게 더 이상 이 땅의 의료가 황폐화 되지 않도록 이제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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