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채용하는 요양시설에 급여비를 가산해주는 정책이, 자칫 면허대여와 같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요양시설의 질을 높이는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정착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입안예고한 장기요양급여비용 고시개정안은 요양시설에 의사가 전속으로 근무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비용을 5% 가산하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다만 시설 입소자 100인당 의사 1인 이상이며, 타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요양시설에서 의사를 고용함으로써 시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제도추진 배경.
요양시설 의사가산금제, 면허대여 악용 우려
이 같은 정책이 새로운 의사 일자리 창출처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마디로 의사가 요양시설에 들어가겠냐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요양시설 등에 입소할 경우 월평균 1인당 급여비가 약 100만원에 이르는데, 100명이 입소한 시설이라면 의사 고용시 약500만원의 급여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를 의사 급여로 활용하면 충분히 시설에서 의사를 고용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500만원 미만으로 설정될 급여수준이 노동량에 비해 의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또한 의사가 요양시설에 근무하더라도 처방이나 치료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현실적으로 처방과 같은 의료행위도 못하는데 가려하겠냐"면서 "급여 역시 의사의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의사 가산제도가 양성화되면 요양시설에서 제도 악용, 의사 면허를 빌려 급여비를 타내려는 행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배치신고만 한다고 해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철저히 따져서 가산금액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요양시설에 의사근무하면, 요양병원과 경계 모호"
제도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법상 요양시설에서는 의사를 두거나, 촉탁의 혹은 협력의료기관 의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면서 촉탁의사를 1주에 2회에서 2주에 1회 방문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한 바 있다.
큰 축의 하나인 촉탁의사 시스템은 의료보장 수준을 낮추면서, 의사 고용은 장려하는 모순된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게다가 촉탁의사는 요양시설에서 원칙적으로 처방전 발행이 가능하지만, 상근의사는 의료법에 묶여 처방전 발행이 불가능한 구조도 지적받고 있다.
제도 자체의 활성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복지부는 촉탁의의 시설에서의 처방전 발행을 허용했으나, 실제 촉탁의들은 처방코드 확인 등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양시설 의사 채용 가산금 제도 역시 의사의 참여가 미비하고, 시설에서도 고용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문화된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요양시설 의사 채용 장려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물론 처방 등에 있어서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달체계를 훼손하게될 것이라는 설명.
노인요양병원협의회 김덕진 회장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간 기능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시설 수가를 가산해 상근 의사를 두도록 유도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요양시설이 의사를 고용하도록 하면 요양병원화가 된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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