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넘게 부실의대로 지목 받아온 서남의대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에 몰렸다.
최근 허위 자료를 제출해 협력병원인 남광병원이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한데다 서남의대를 겨냥한 법안들이 속속 나오며 이중, 삼중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일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가 일정 수준에 미달되는 협력병원에 학생 실습을 위탁할 경우 의예과 자체를 폐지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가 부실한 협력병원에 학생 실습을 보낼 경우 1차 경고와 함께 입학정원이 50% 감축되며 2차 경고시에는 의예과 자체가 폐지된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공포되면 서남의대는 당장 정원의 50%가 감축된다. 현재 부속병원이 없는데다 협력병원이자 학생 실습병원인 남광병원이 수련병원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생실습 병원의 기본 자격으로 대학 설립·운영 규정 제4호 2항 3호를 인용했다.
이 법령에는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은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증 등에 관한 규정 7조 1항에 따라 인턴 수련병원에 준하는 병원에 실습을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한 남광병원은 학생 실습병원이 될 수 없다. 서남의대가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서남의대는 어떻게 학생실습을 진행하고 있을까.
몇명의 학생들을 접촉한 결과 그나마 있는 남광병원도 실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들은 사실상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서남의대 재학생은 "남광병원에 입원환자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며 "그나마 외래환자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모든 과를 합쳐봐야 50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실습을 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인근 종합병원 몇 곳을 돌아가며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결국 애초부터 협력병원인 남광병원조차 학생 실습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서남의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한가지 밖에 남지 않았다. 인근 대학병원과 실습 위탁 협약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희박한 이러한 방법도 미봉책일 뿐이다. 이미 공포된 의료법 개정안, 일명 서남의대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공포된 의료법 개정안은 정부가 인정한 평가인증기구로부터 인증받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의료인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남의대는 현재 의대 인증평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이 법의 시행 유보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만약 앞으로 4년 안에 인증평가를 받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서남의대는 의대로서 기능을 상실한다.
특히 서남대 자체도 평가지표를 허위로 공시하다가 교과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로부터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만약 다시 한번 제한대학에 선정될 경우 서남대 자체가 폐교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이로 인해 재학생들은 극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서남의대 모 재학생은 "사실 나도 대학에 들어와서야 이러한 실상을 알았다"며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선배들도 그렇고, 우리도 수차례 대학에 항의하고 데모까지 했었다"며 "그때는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의대를 폐교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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