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A성형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 그는 최근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난해 인근에 개원한 B성형외과의원 때문이다. A성형외과에 비해 규모가 큰 B성형외과의원은 지난해 오픈하면서 개원 이벤트로 '쌍거풀수술 50만원'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 때까지만해도 K원장은 걱정은 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B성형외과의원은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K원장의 수익은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B성형외과의원은 최근에는 개원 1주년 기념이벤트로 가격을 더 내려 '쌍꺼풀수술 30만원' 이벤트를 실시했다. K원장은 B성형외과의원 원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지만 대표원장은 번번히 '자리비움'이었다.

가격을 똑같이 내리려고 고민도 해봤지만 현재 환자수로 볼 때 쌍꺼풀수술을 30만원을 받아서는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아예 문을 닫고 페이닥터로 나설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자료에 따르면 쌍꺼풀수술은 80~150만원, 유방확대수술은 400~600만원, 코성형은 100~150만원이 평균 가격이었다.

지금까지 성형수술의 경우 개학을 비롯해 졸업 및 취업 등에 맞춰 할인이벤트가 실시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성형수술 시장은 시즌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인 가격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성형은 50만원, 유방확대수술은 100만원, 쌍꺼풀수술은 3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않은 상황이다.

무차별적인 성형수술 가격 덤핑이 확산하면서 성형 개원가가 한숨도 늘고 있다.

서울의 C성형외과의원 P원장은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은 비급여라 가격을 내리는 게 잘못은 아니다"며 "문제는 성형수술 가격 덤핑이 규모의 경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P원장은 "규모가 크고 봉직의가 많은 병원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운영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원장 혼자 수술하는 의원들은 그 가격에 도저히 맞출 수 없다. 규모로 밀어붙이면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미용 목적의 성형도 의료의 영역인 만큼 단순한 가격만 보고 수술을 결정해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D성형외과의원 원장은 "가격을 덤핑하는 성형외과의원을 보면 많은 봉직의가 있지만 홈페이지를 보면 대표원장이 다 수술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곳이 부지지수"라며 "그 많은 수술을 대표원장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대표원장이 수술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실제로는 쉐도우닥터가 수술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라며 "쉐도우닥터가 메스를 얼만큼 오래 잡았는지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이 싼 곳만 찾으려는 소비자도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국내 성형외과의원의 대형화 추세를 기형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권영대 정보이사는 "OECD 국가 중 성형외과의원을 대형으로 키운 나라없다. 상당히 기형적인 상태이다"며 "이는 우리나라를 성형에 미친 나라로 볼 수 있다는 국가적 망신과 더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기형적 행태의 배경에는 성형외과의원 '실장'들의 의료법 위반 행태도 적지 않다고 적지 않다는 것.

권 이사는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 실장들이 여성들에게 접근해 공짜로 수술해줄테니 모델을 하라는 등의 길거리 캐스팅을 하고 있다"며 "의료법상 불법에 속하는 유인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자에 대한 전인적 배려없는 마케팅 업체들을 통한 저인망 독식도 문제로 지목했다.

권 이사는 "마케팅 업체가 끼면서 포토샵을 어마어마하게 이용, 홈페이지에 실제와 다른 비포애프터(before and after)를 보여주면서 시장을 저인망으로 독식하고 있다"며 "이러다보니 정상적으로 개업한 실력있는 개원의도 마케팅 업자의 속삭임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제살 깎아먹기의 수준을 이미 넘었다"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 차원에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성형시장의 비정상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성형외과의사회에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남윤인순의원이 의료광고규제법을 발의한 것과 연계해 국회와 협조해서 남발하는 의료광고를 규제할 생각이며 비포 애프터 광고도 규제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