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손 꼭 잡은 세 후보
"유태욱 후보님 가방 챙겨가세요~" "저거 봐. 우리도 저런 거 배워야 해."
선후배의 대화도, 친구들의 대화도 아니다. 보궐선거에 출마한 유태욱, 추무진, 박종훈(기호 순) 후보가 나눈 대화의 일부다.
13일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 선거 종료 5일을 앞두고 마지막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가 열렸지만 이날 만큼은 우려하던 감정싸움도, 후보 진영간 벌이던 치열한 검증 논리도 이목을 끌진 못했다.
이날 기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후보들이 나누던 가벼운 농담과 어깨동무와 같은 스킨십, 그리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인정하고 응원해 주자"는 '미운 정'이었다.
9일 경기도의사회를 시작으로 펼쳐진 5일간의 전국 시도의사회 설명회 대장정이 결국 후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이날 모인 세 후보는 팽팽한 신경전 대신 최선을 다한 만큼 회원들의 선택을 기다리자는 여유섞인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유태욱 후보는 "잘나서 후보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진솔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해내겠다"면서 "유학에서 의료 정책을 공부한 경험과 개원의 경험을 종합하고 의료계 중진 의견을 모아 제대로 된 의협을 만들어 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유 후보는 지지 선언 도중 "당선시 수평적 리더십으로 대통합의 기치를 이루고 내년 39대 선거에는 불출마 하겠다"는 자필서약서를 공개하는 이벤트로 주목받았다.
이어 추무진 후보도 "지방 토론회를 거치면서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됐고 의협을 살리기 위한 좋은 방안도 많이 들었다"면서 "당선 시 인수위를 꾸릴 겨를도 없이 회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후보를 뽑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종훈 후보도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처럼 혼란스런 의협을 기회삼아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서 "새 집행부가 웅비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초석을 닦겠다"고 클로징 멘트를 장식했다.
설명회 내내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잠깐의 말 실수에도 상대방을 헐뜯기 보다는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 벌어진 신경전과 공방을 무색케 했다.
특히 설명회가 마무리된 직후 추무진 후보는 유태욱 후보가 놓고 간 가방을 직접 챙겨주는 등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도 세 후보는 덕담을 주고 받으며 그간의 노고를 서로 치하했다.
박 후보는 "마치 기말고사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 하다"면서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좋은 후보들이 나온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의협이 잘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의 "지방 설명회를 돌며 다른 후보들로부터 정말 많이 보고 배웠다"는 말이나 유 후보의 "적과 동지의 개념없이 우리는 모두 의료계를 위해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언급 역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했다.
추-박 후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자필서약서 공개' 이벤트로 주목받은 유태욱 후보를 향해 "저거 봐 우리도 저런 것 좀 배워야 해"라는 농담도 주고 받으며 웃음을 이끌어 냈다.
세 후보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축하해주고 상호 비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날 약속했다.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나서야 후보들은 서로 발걸음을 돌렸다. 모처럼의 가벼운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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