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과 수가를 연동해라?"
매년 반복됐던 물가 상승률-수가 인상률의 연동 목소리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최근 2~3년간 불어닥친 내수 침체로 물가상승률이 1%대에 고정되면서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도 물가인상률이나 임금인상률에 근거한 수가 협상 카드를 버릴지 고심에 빠졌다.
23일 대한의사협회 등 공급자단체가 협상단을 꾸리는 등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2016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채비에 나서고 있다.
먼저 의협은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을 단장으로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 이명희 개원내과의사회장, 임익강 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4명을 수가협상단으로 꾸렸다.
흥미로운 점은 의료계가 일관되게 주장하던 물가상승률-수가인상률의 연계 목소리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점.
장기 불황의 여파로 디플레이션 전망이 나오면서 수가를 인상할 근거로 '물가'보다는 다른 '논리'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협의 수가협상단 역시 물가상승률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정운영위원회가 사실상 기재부가 제시한 물가상승률 등을 주요 지표로 수가 인상 폭을 결정해 왔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김숙희 수가협상단장은 "수가 협상에서 의협의 주요 기조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가 인상이라는 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수년째 지속되는 장기 불황에 다른 논리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2000년도부터 2012년도까지 물가상승률은 평균 3.1% 수준. 같은 기간 수가인상률은 2000년, 2001년, 2006년을 제외하고 매번 물가상승률을 1~2%p 씩 하회했다.
반면 2013년부터 물가상승률은 곤두박질친다. 2013년 1.3%, 2014년 1.3%에서 2015년에는 0.9%(추정)으로 하락 추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의협이 같은 기간 받아낸 수가 인상률은 2013년 2.4%를 필두로 2014년 3.0%, 2015년 3.1%로 매년 상향 추세를 보였다. 2013년부터 수가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앞선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의협 관계자는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3.1% 인상이라는 최대의 성과를 얻어낸 만큼 올해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무래도 건보재정의 흑자에 초점을 맞춰 수가 인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수월할 전망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4년도 건강보험 현금 포괄손익계산서(구. 재정현황, 공단 공개자료)는 4조 40796억원의 흑자 및 약 12조원의 최대 누적적립금을 기록했다.
의협 관계자는 "수가 인상으로 인해 건보 재정에서 차지하는 의원의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기관 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따져야 한다"며 "커진 파이를 여러 명이 나누면 결국 각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수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상위 30% 기관이 70%의 재정을 독식하는 상황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상승률에 대한 집중 대신 건보재정에서 차지하는 의원의 점유율이 과연 실제 소득의 증가로 이어졌는지 밝히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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