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 씨(여. 72세)는 소변을 참기 힘든 '요절박' 증상 환자다. 하루에 8~10번 정도 소변을 보는 것은 물론 '요실금' 증상까지 더해져 화장실을 가는 도중에 '실례'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다가 소변을 지리는 경우까지 있었다. 막상 화장실을 가면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으며 밤에도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야 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K 씨의 삶의 질은 엉망이었다.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닥 효과를 보지 못했고 더 이상 쓸 약도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이런 K 씨에게 지난해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용 목적으로 알고 있던 보톡스를 과민성 방광에 쓸 수 있으며 건강보험 적용까지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K 씨는 즉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았다. 이후 4개월 동안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 '재투여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생겼다. 의사가 '배뇨일지' 상에서 증상이 50% 이상 호전돼야 재투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의 K 씨에게 배뇨일지를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자신이 제대로 배뇨일지를 작성하지 못해 50% 이상 호전된 것을 입증하지 못해 치료를 못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나마 삶의 질이 나아졌는데 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의사에게 설명하면 되는데 왜 잘 보이지도 않는 배뇨일지를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국내 과민성 방광 환자 수는 약 600만여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들의 일평균 배뇨 횟수는 11.7회에 이른다.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요절박 횟수는 일 평균 각각 8.2회, 이보다 심한 절박요실금은 일 평균 2.2회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 톡신 A형(Clostridium botulinum A toxin) 주사제, 제품명으로 '보톡스'가 방광기능장애에 급여를 인정 받았다.
근육이완작용을 하는 보톡스를 방광에 주입, 불필요한 수축을 억제하는 치료법으로써 한번 시술을 받으면 평균 8∼10개월 가량 효과가 지속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기준에 따르면 적절한 보존요법(행동치료 등)과 항콜린제 치료에 실패한 신경인성 배뇨근 과활동성, 과민성 방광환자가 투여 대상이다.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은 반가운만큼 아쉬움도 크다. 바로 재투여 시 급여기준 때문이다.
급여기준에 따르면 재투여는 투여 전보다 50%의 증상 호전을 보이는 경우 인정한다. 다만 '배뇨일지'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한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재투여 급여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민성 방광은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어떤 증상을 호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과민성 방광은 배뇨일지 상으로만은 입증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는 것.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과민성 방광의 대표적 증상은 소변이 마려운 느낌을 참을 수 없는 요절박"라며 "일반인들은 소변이 마려울 경우 30분이나 1시간 정도는 참을 수 있는데 요절박 환자는 참을 수 없다. 빨리 화장실을 가서 소변을 보지 않으면 요실금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규성 교수는 "대개 방광이 차기 전에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며 "심한 경우 화장실을 가다가, 가서도 준비하다 소변이 흘러나오는 절박요실금으로 악화된다. 이같은 요절박 환자군을 과민성 방광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과민성 방광은 요절박과 절박요실금뿐 아니라 K 씨의 사례처럼 빈뇨와 야간 빈뇨 등도 수반한다. 여기에 환자별 특성을 감안하면 배뇨일지 만으로 증상 호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규성 교수의 주장이다.
이규성 교수는 "보톡스 급여기준에서 재투여를 하려면 50%의 증상호전을 배뇨일지로 입증해야 한다"며 "그런데 과민성 방광의 다양한 증상 중 어떤 증상이 50% 이상 호전돼야 하는지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50% 증상 호전 시 재투여의 취지는 보톡스 주사의 치료효과가 없는 사람들이 계속 주사 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환자 중 고령이 많아 배뇨일지에 일일이 빼먹지 않고 기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실금과 요절박 환자들은 소변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미리 가곤 한다"며 "따라서 실제 소변이 나오지 않아도 화장실 횟수만 증가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증상호전을 50%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규성 교수는 "하루에 소변을 15번 보던 환자가 보톡스를 재투여 받기 위해선 50%가 호전돼야 하기 때문에 소변 횟수가 8번 이상 감소돼야 한다"며 "대부분 치료법에서 소변 횟수 감소는 2~2.5회 정도로 하고 있다. 7~8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현 급여기준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보톡스 재투여를 위해 배뇨일지 상으로 50% 증상호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며 "요절박의 경우 50% 증상호전을 해야 하는 부분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요실금의 경우 많은 신경성 방광 환자 및 척수손상 환자는 감각(sense)이 없어 50% 이상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관련 학회에서는 과민성 방광 환자의 보톡스 재투여 급여기준 개선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한 상태.
보건당국은 배뇨일지 상으로 증상을 입증하는 것이 객관적이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도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급여기준을 논의할 당시 관련 학회에서도 증상호전에 대해 의견을 줬는데 요실금 횟수로 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의 말만 들어선 알 수가 없다"며 "배뇨일지는 자신이 소변을 어느 정도 봤는지 기록하는 것인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뇨일지 외에도 증상을 입증할 대안은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적용을 위해 규정이 없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배뇨일지 상 50% 증상 호전은 문제가 많다"며 "대안은 있다. 증상설문지를 근거로 효과를 판단하고 의사와 환자가 재투여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설문지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 증상이 호전됐거나 환자가 주관적으로 만족감을 보이면 재치료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며 "과민성 방광을 위한 보톡스 치료는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도 50~80만원 정도 한다. 주사 맞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어떤 환자가 그 많은 돈을 주고 효과없고 힘든 치료를 지속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규정을 만들지 않아도 효과가 없으면 환자 스스로 재치료를 받지 않는다"며 "결국 의사와 환자가 설문과 상담을 통해 판단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