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스티븐존슨증후군에 걸려 실명한 환자가 있다.
법원은 약물 부작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약 부작용으로 생긴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엄연히 있음에도 의사가 환자의 손해를 전적으로 배상해야 하는 현실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두륜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밝혔다.
그는 "의사는 의약품 부작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작용에 대한 손해를 전부 부담하고 있다"며 "의사는 현행 제도에서 피해구제 신청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12월 도입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말 그대로 환자가 의약품 부작용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했을 때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피해구제 신청은 환자와 유족으로 한정돼 있다. 심의를 통해 피해구제가 결정되면 진료비, 장애일시보상금, 사망일시보상금, 장례비에 한해 비용이 산정된다.
현 변호사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치게 된 것은 최근 감기약을 복용한 후 스티븐존슨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을 얻게 된 환자가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도 의사가 감기약 부작용을 진단하지 못했다며 환자에게 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 변호사는 "의사가 진단을 잘못한 과실도 있지만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것은 약화사고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의약품 피해로 인한 손해를 의사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약품 부작용이 주 원인이라면 피해구제 사업 범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의료사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 의사에게도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구제 급여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에서 환자에게 보상하는 비용이 적다 보니 피해구제사업이 활성화되기 보다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피해구제급여 항목에 진료비는 올해부터 포함됐으며, 사망보상금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5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준다.
현 변호사는 "약 복용으로 인한 실명이라는 결과는 부작용이고, 피해구제 대상이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의약품 부작용인지 의료과실인지 판단할 수 없으니 피해구제사업 신청보다 소송을 선택하는 경우가 크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합당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피해구제 급여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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