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대책으로 분리되는 내용들이 과연 이뤄질까 하는 불신이 있다. 어차피 몇 년 지나면 담당자가 바뀔텐데 하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연쇄 사망 사태 후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를 위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모습이다.
의학한림원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감염의 발생원인과 환자안전 확보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 때 정부는 과감한 투자는 하지 않고 대부분 돈 안 들이고 병원들을 쪼는 정책을 시행했다"며 "이대목동병원 사건 역시 1년쯤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사고 당시 해당 업무를 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그 당사자가 업무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며 "정책의 회색 지대에 있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정부는 이대목동병원 사태 후 신생아중환자실 안전 관리 단기 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집단 사망 발생 시 신고 의무화, 사람의 생명에 중대한 위해 발생 시 의료기관 제재 강화, 신생아중환자실 세부감염지침 마련, 연 1회 정기실태점검 등이다.
왼쪽부터 이재갑·천병철·박은철 교수
전문가들은 전향적이고 구체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관련 담당자가 계속 바뀌어서 연속적으로 중장기 대책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민관이 함께하는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감염 사건은 여전히 줄지어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대목동병원 사태 이후에도 번지르르한 가이드라인이 중환자실에 붙고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처벌만 강화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의료 관련 감염은 감시-역학조사-중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중장기 전략은 여전히 비어있다. 관심이 떨어지면 중장기 과제 수행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의료 관련 감염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민관 협의체를 만들고 주기적 평가 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재정적인 문제로 접근했다. 병원감염 관리를 위해 규제도 강화해야 하지만 지원을 더 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 63조 중 보건의료부분은 2.4조원으로 4%도 채 안 된다"며 "이 중에서도 의료기관 지원 관련 비용은 4000억원밖에 안된다. 전체 복지부 예산의 0.7% 수준"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는 인색한 수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당근을 열심히 주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임을 지고 병원감염을 막겠다고, 꾸준히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부족한 인력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하자"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 강화 문제는 인력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 환자단체도 공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전담전문의 규정, 간호사 규정이 비윤리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이라면 정부가 만든 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예 신생아중환자실 만큼은 의료 인력 하한선을 법에 규정하고 선진국 수준의 수가를 주고 운영해봤으면 좋겠다"라며 "물론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병상을 줄이거나 신생아중환자실 폐쇄 등 강한 페널티를 주면 된다"고 했다.
을지대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 역시 "감염관리 장해 요소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춰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표준 지침이 아무리 있어도 적용할 시간이 없으면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오버타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의료진 번아웃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인력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근본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좋은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전부터 신생아중환자실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며 "2월부터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대책이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는데 전문가가 참여하는 TF가 만들어진 만큼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제점을 근본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수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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