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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기준 비급여 확대 '선급여 후평가' 필요"

원종혁
발행날짜: 2018-03-30 06:00:55

중앙보훈병원 김봉석 교수 "전수조사 결과 실제 도입 가능하다"

항암제의 기준비급여 확대 방안을 놓고 '선급여 후평가'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몇 차례 국내에서 일부 품목의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질적인 제도 도입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서울중앙보훈병원 김봉석 교수가 제30차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에서 기준 비급여의 급여 확대 방안을 놓고 의견을 발표했다.
서울중앙보훈병원 김봉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29일 제30차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평균 8년 이상이 소요되는 신규 항암제 기준비급여 품목의 늦은 급여 등재기간에, 치료적 대안이 필요한 환자에 혜택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

김 교수는 "허가와 동시에 약제 급여를 확대해 사후평가로 약가를 조정하는 '선급여 후평가' 등 해외 사례의 새로운 약가제도 유형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급여 후평가는 한시적으로 현재 급여가로 급여하다가, 추후 사후평가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차액을 제약사로부터 되돌려 받는 개념이다.

실제 이를 채택한 독일 사례의 경우, 제품 허가 후 약 1년간 자율가격으로 급여, 급여 후 비용이익보고서에 따라 보험자와 환급율 및 할인율에 국한해 협상에 들어간다.

김 교수는 "최근 개발되는 혁신적 항암제들 대부분이 3기 이상에 사용되는 약물로, 신약 등재 검토기간의 단축뿐 아니라 기준 확대 검토기간의 단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질환 치료제에 비해 추가 적응증 허가가 많은 항암제의 경우엔, 기준비급여 급여 확대가 필요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면역항암제 등과 같이 적응증 수가 많은 경우엔 급여가 허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기준비급여 비율이 높아지고, 결국 비급여 치료기간이 연장된다는 것.

현재 항암제 급여 등재 현황을 보면, 위험분담제 도입 등을 통해 신약 등재율이 높아지긴 했다. 2013년~2017년 등재된 항암신약은 총 32개 품목으로, 이중 위험분담제 등재 약제는 53%(17개)를 차지했다.

특히 작년 한해 등재된 항암제 수는 16개로 급격히 증가했는데, 지난 5년간 등재된 품목의 절반에 해당됐다.

김 교수는 "문케어 발표 이후 급여 등재 건수가 갑자기 늘은 측면이 있지만, 관건은 일부 13개 품목이 최초 등재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31개월로 지나치게 길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급여확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또 심평원은 검토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또 질환의 특성에 관계 없이 아웃콤 평가기준이 전체 생존기간(OS)으로 설정됐는데, 혈액관련 암 또는 질환의 경우 OS만으로 약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문케어 약제 기준비급여 확대…48개 항암요법 급여 구체적 계획 "몰라요"

동시에,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한 '문재인 케어'의 약제 기준비급여 확대 방안에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작년 8월 발표된 문케어는, 올해 1월부터 약제 선별급여 고시개정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르면, 기준비급여 확대 방안에는 약가협상 절차가 필요한 특성을 고려해 현재의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유지하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선별급여 방식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선정된 48개 항암요법의 급여 적용시기와 이외 다른 요법이나 품목들에 대한 계획, 임상현장에 요구도가 높은 최신 항암제의 급여확대에는 궁금증이 생긴다"며 "약제 기준비급여의 선별기준 및 시행계획, 환자부담정도, 구체적인 품목, 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 등 전반적인 원칙과 기준 역시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암학회는 심평원으로부터 37개 항암요법에 대한 기준비급여 확대 또는 축소 의견 조회를 요청받았다.

이와 관련, 기준비급여 항암제 검토대상에 선정된 약물은 48개 항암요법 중 3월 현재까지 검토된 11개 요법을 제외한 37개 요법에 대해 허가범위 내 전액본인부담 또는 급여기준 이외 전액본인부담에 대한 내용을 검토한 뒤 급여화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담배세 활용, 항암제 펀드 등 특별 기금 마련도 고민

이날 포럼에는 암환자 특별 재정지원 방편으로, 영국의 항암제 펀드(CDF)와 같은 특별 기금 마련안도 제시됐다.

국내와 비슷한 보험체계를 가진 영국의 경우,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2010년 첫삽을 뜨고 2016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김 교수는 "영국 항암제 펀드의 경우, NICE 평가 결과가 일반적 평가기준을 충족할만한 약품이지만 임상적 자료 및 비용 효과 예상에 불확실성이 따를때 기금 지원이 이뤄진다"며 "국내 적용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담배세 활용 등 재난적 의료비 중 비급여 약제비와 건강증진기금에 건강보험가입자 지원비 일부를 합해 특별기금 마련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암보협 암환자 인식 현황조사 결과, 암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경제적 요인(37%)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치료비용 중 항암제 비중이 58.9%로 경제적 부담 상승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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