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사르탄 발암 가능 물질 혼입 논란을 일으킨 제약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자 제약사의 집단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약사들은 적법한 허가 절차에 의해 승인받은 품목이며 당시 NDMA를 검출 기준과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과 원료 제공 업체를 타겟으로 한 집단 소송 카드를 만지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봉엘에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원료 공급사에 대한 집단 소송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제약사 관계자는 "대봉엘에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업체들간 집단 소송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며 "현재 제약사의 자발적인 품목 회수 조치에 따른 손실이 이어지고 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제약사가 감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NDMA 검출 기준이나 검출방법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모두 제약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발사르탄 제제 교환에 따른 조제료, 진찰료 등의 보험급여 재정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통해 발사르탄 발암 가능 물집 혼입 논란과 관련 제약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 의약품 재처방ㆍ조제 등으로 발생한 추가 재정이 소요된 만큼 이를 건강보험에서 선 지출한 후 향후 구상권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손해배상의 근거로 든 것은 건강보험법. 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고 규정한다.
반면 제약사는 제조물 책임법의 제4조(면책사유)를 근거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제4조 3항은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배상 책임을 면한다고 규정한다.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발사르탄 품목의 매출 감소와 회수, 재고 처리 등의 피해액을 제약사가 모두 떠앉았다"며 "이는 일정 부분 도의적인 책임을 진 것인데 건보 재정 지출분까지 떠 넘긴다면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NDMA 검출 기준이 없었고, 그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책임은 식약처에 있다"며 "식약처가 정한 규정에 의해 발사르탄 품목을 허가 받았는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행정소송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B 업체 관계자는 "최근 점안제 등 제약사가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줄 잇고 있다"며 "이번 역시 특정 제약사가 총대를 메는 식은 어렵지만 연대해서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발사르탄 매출 비중이 큰 제약사의 경우 연 매출이 90억원에 달한다"며 "식약처의 기준 미비로 제약사들이 수 십억원의 매출 타격을 감내하고 있는데 손해배상까지 청구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시스템은 최소한의 것을 걸러주는 것이지 모든 걸 책임진다는 뜻이 아니"라며 "정부가 놓친 것에 대해 제약사가 아무 잘못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손해배상 청구의 취지는 불순물 혼입의 책임 소재보다는 건보재정 지출분에 대한 배상의 의미가 강하다"며 "제약사가 법적, 재정적 책임을 지는 부분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선 제약사가 원료 제공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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