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전공을 고민할 때 예방의학과를 선택하면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너 집에 돈 많니?" 쉽게 말해 밥벌이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얼마 전 만난 예방의학과 전공의 또한 진로를 선택할 당시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저 감염병 연구에 매력을 느껴 예방의학과를 택한 케이스.
그래서일까. 그는 고민이 많았다. 일단 전공의 수련 기간은 끝나가는데 예방의학과 전문의로서 역량을 쌓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고, 제대로 된 현장 역학조사는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내과, 외과는 각 학회에서 역량중심 수련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수련의 질 개선을 고민하는 것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앞서 전 국민은 사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면서 역학조사는 물론 예방의학과 등 해당 분야 전문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정부도 뒤늦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춰 역학조사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며 적극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래의 역학조사 전문가로 활동해야할 예방의학과 전공의는 역학조사를 제대로 배우려고 WHO 등 해외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문의하느라 바빴다.
그는 국내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왜 해외로 문을 두드리는 것일까.
현재 정부가 신종감염병 역학조사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추진한 역학조사원 양성제도에 투입된 인력은 상당수가 퇴직한 한의사, 수의사, 간호사들로 전공의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과거에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의대교수와 전공의가 역학조사에 투입,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역학전문가에게 업무가 제한되면서 예방의학과 전공의는 수련의 기회를 잃고 있었다.
정부가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예방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미달이다. 당장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오죽하면 집에 돈이 많아야 지원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언제쯤 예방의학과 전공의들도 역량중심의 체계적인 수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제대로 교육을 받고 또 자신이 쌓은 능력을 온전히 써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적어도 국내 신종 감염병이 확산되기 이전이길 바랄 뿐이다. 다들 경험하지 않았나. 메르스 당시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대혼란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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