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병원 중환자 전담의이자 에크모(ECMO)전담의 송주한 교수(43·중앙의대졸)가 과로로 쓰러진지 9개월째.
<관련기사 : 숨가쁜 의료현장…알려지지 않은 제2·제3의 윤한덕 많다. 2월 13일자>
평소 열정적으로 환자를 진료해왔던 그의 소식은 선후배 의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면서 상당한 파장을 주고 있다.
신촌세브란스 호흡기내과 송주한 교수
송 교수는 지난해 6월, 학회에 참석했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다. 평소 그가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최근 복수의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중앙의대를 졸업하고 중앙대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송 교수는 군의관 복무 직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한지 7년째.
그는 호흡기내과 폐이식 환자와 에크모를 전담하면서 중환자실과 응급실부터 병동과 외래까지 전천 후로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유명했다.
병원에선 '송 내과'로 통했다. 응급실이든 병동이든 상태가 안 좋아진 환자가 있으면 슈퍼맨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붙여진 별명이다. 본인 환자 여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출신인 기동훈 대표(메디스태프)는 "응급실에서 전공의 후배들이 벤틀레이터(ventilator, 산호호흡기)가 잘 맞지 않는 환자가 있다고 얘기하면 언제든 꼼꼼하게 봐주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스텝이 중환자 전담의에 에크모까지 담당하면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응급실까지 내려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그는 수시로 응급실을 오가며 본인 환자 이외 다른 환자까지 챙겼다"고 했다.
그는 응급실 인턴 콜까지 레지던트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한 의료진은 "특별한 날 이외에는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상당히 피곤해 보였지만 늘 환자가 먼저였다"고 했다.
선후배 의사들 "의사 개인의 열정만으로 버티기 힘든 의료현실"
이처럼 환자진료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의 소식에 선후배 의사들은 "너무 안타깝다"라는 반응과 함께 "그럴만 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을 전담하는 의료진들은 "중환자실은 워낙 인력이 부족해 주말도 밤낮도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을 역임한 신증수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는 "사실 젊은 의사들이 중환자실을 떠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시절 열정으로 버티다가 번아웃되어 떠난다. 의사의 열정만으로는 버티기엔 인력 등 사회적 뒷받침이 안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적정진료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30년전 일본의 경우 중환자실 10베드에 간호사 30명으로 운영, 아침-점심-저녁 각각 나누면 결국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케어하는 꼴이다. 의사는 1인당 환자 2명을 케어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케어하고 의사 1명당 30명 미만의 중환자를 케어한다. 그나마 이 또한 최근 중환자실 진료에 대한 중요성 재조명 받으면서 중환자 전담의 등 개선안을 적용한 것이다.
신 교수는 "적어도 살 수 있는 환자는 살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 중환자실인데 지금의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는 세계적 기준에도 맞지 않을 뿐더라 의사나 환자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쓰러진 지난해 3월부터는 중환자 전담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평소 그를 롤모델로 삼았던 전공의 등 후배들의 충격도 만만찮다.
세브란스병원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 살다시피하면서 밤낮없이 환자를 챙겼던 그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볼 때 뇌출혈로 쓰러지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존경하는 스텝의 모습이었는데 열정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다 쓰러지면 본인의 몸만 상하고 달라질 게 없는 의료현실에 회의감을 갖는 전공의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본인의 몸도 챙길 겨를 없이 진료해야 하는 의료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 주니어 스텝에게 쏟아지는 업무가 한층 높아진 상황. 평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던 송 교수 또한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다.
동료들 "기적을 기다린다…끝까지 포기 안 한다"
지금 송 교수의 동료들은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 환자를 끔찍하게 아껴온 그가 다시 일어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세브란스병원 동료 교수는 "가족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안정적으로 회복하는 것만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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