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등이 포함된 약제의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 심의를 의료단체가 맡아 수행할 수 있을까.
취재 결과, 최근 대한의학회와 의사협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의 물밑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학회와 의사협회, 심평원은 지난해 논의가 중단된 바 있는 오프라벨 약제 심의 의료단체 위임 논의를 재추진 중이다.
현재 심평원 산하로 운영 중인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일선 요양기관 다학제위원회 협의를 거쳐 신청한 면역항암제 등의 오프라벨 사용에 대해 심의를 거쳐 승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평원은 최근 몇 년 간 면역항암제 등 오프라벨 사용 심의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암질환심의위원회(위원장 고대 안암병원 김열홍 교수)가 이를 전담해 맡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의학회에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의학회가 이를 맡아 수행하기에는 인력과 예산 등 현실적인 여건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논의는 중단됐던 상황.
취재 결과, 의학회와 심평원에 더해 의사협회까지 참여해 이를 다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의학회 측은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식약처가 맡고 있는 일반약제 허가초과 심의까지 맡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재 허가초과 일반약제 승인기관은 식약처로, 요양기관과의 접점이 없다는 이유로 요양기관 사용 신청 접수부터 통보를 심평원이 대행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학회의 한 이사는 "심평원과 오프라벨 심의를 놓고 인력과 예산 등으로 논의에 차질을 빚은 것은 맞다"며 "가장 주된 문제는 인력이었다. 하지만 10명 안팎인 현재의 인력으로는 할 수 없지만, 의사협회와 함께 논의할 경우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면역항암제의 오프라벨 심의는 심평원이 맡고 있고, 나머지 일반 약제는 식약처에서 심의를 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의사 등 임상전문가의 의견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단체의 위임을 통해 보다 전문가적인 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구에 심평원도 의학회와 의사협회와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심평원은 의료단체 위임에 필요한 예산 등이 책정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프라벨 심의에 대한 의료단체 위임은 중단된 것이 아니었다"며 "의학회와 의사협회와 현재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필요성도 충분히 서로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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