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의료기관이 강하게 요구했던 상급병실 급여화가 오는 7월부터 도입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지만 막상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있다.
정부가 상급병실료 급여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옵션이 의료기관 입장에선 합리적으로 이해가 안되거나 심리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2, 3인실 급여화에 이어 오는 7월부터 병원급 의료기관의 2, 3인실도 급여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급여 수준은 기존 병원급 2, 3인실 병실료 기준 120~140% 수준으로 산정할 예정으로 문제는 급여화에 따른 옵션. 가장 큰 변화는 간호등급 미신고 의료기관에 대한 패널티 강화 정책이다.
지금까지는 간호사 수가 기준 미달인 경우와 간호등급 미신고 의료기관의 경우 모두 7등급으로 -5% 패널티를 줬지만 앞으로는 미신고 의료기관은 -10% 패널티를 적용할 방침이다.
즉, 일단 신고를 해서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 7등급에서 끝나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병원은 강력한 패널티를 감수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기존에 간호사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았던 100병상 미만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사실상 간호등급 신고가 의무화된 셈이다.
병원계 고질적 문제인 간호인력난 해법을 모색하려면 전국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현황을 파악해야하니 이번 기회에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이는 보장성 강화와 동시에 의료 질을 높이고 병원 시설 및 인력 등 그동안 통제 불가능했던 부분의 상당수를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상급병실료 급여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것.
또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옵션은 상급병실료 급여화와 동시에 기존에 지급했던 1인실 기본 병실료가 사라지는 부분이다.
복지부는 이미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도 1인실에 대한 기본 병실료 지급을 중단했으니 병원급 의료기관도 동일하게 적용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병원계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상급병실료 급여화를 빙자한 '1인실 입원료 지원 중단 및 간호등급 개편'이라고 비꼬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대형 대학병원과 달리 병원급 의료기관은 1인실 병실료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경영적인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도 문제이지만 이는 건강보험제도 대전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민 입장에선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1인실에 입원하는 환자는 기본 입원료 혜택을 못 누리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게 병원계의 지적.
적어도 기본 입원료를 지급하고 1인실 환자가 지불해야하는 차액을 높이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상급병실 급여화를 한다면 병원급부터 시행한 이후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해 나갔어야 했는데 순서가 틀렸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남도 한 병원장은 "상급병실 급여화로 이미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다 몰려간 이후에 병원급 의료기관 병실료를 급여화하면 뭐하느냐"며 "급여화 순서가 틀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료현장에선 상급종병과 종병 병실료 급여화로 병원 입원료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현상이 심화된 상황으로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대상 2,3인실 상급병실료 급여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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