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권 확보를 위한 발판으로 통하고 있는 전문가평가제. 서울시의사회가 시범사업에 합류하면서 사업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확인 결과 26일 현재,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는 총 4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전문가평가단이 출범 한지 약 한 달여 만이다.
광주, 울산, 경기도 등 3개 지역에서 1년 동안 평가 건수가 16건에 불과했던 1기 시범사업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숫자임이 분명하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박명하 단장(미소의원)은 "서울은 아무래도 다양한 회원을 갖고 있는데다 다른 지역보다 경쟁도 치열해 제보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라며 "서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라도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 접수된 제보 4건 중 2건은 의료광고 건이고 나머지 한 건은 사무장병원, 또 다른 한 건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보한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폭력 관련 사건이다.
박 단장은 "전문가평가제가 5호 담당제, 옥상옥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제도 연착륙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보건소로 들어온 민원이 전문가평가단으로 넘어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문가평가단은 현장조사 시 강제성이나 수사권이 없다 보니 피민원인이 거부하면 보건소나 건강보험공단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아직 원활하지 않다"라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적, 행정적 문제가 얽혀 있어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보건소 실무자 대상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윤리적, 비도덕적 의사를 판단하기 위한 전문가평가단의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움직임도 신중하다.
신고가 들어온 4건의 민원에 대해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민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아직 자신이 신고를 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박 단장은 "섣불리 조사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리면 조사를 거부한다든지, 소송 등을 제기할 수도 있다"라며 "유관 단체, 보건복지부에 구체적인 유권해석을 요청해 법적, 행정적 준비를 철저히 한 다음 피민원인에게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과를 도출하는 속도 문제도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결론이 늦어지면 자칫 '내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아직은 사업 초기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차 시범사업을 보면 한 건의 민원을 처리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면서도 "섣불리 진행했다가 역풍을 맞으면 전문가평가제 근간부터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법적, 행정적 문제를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 보다 속도가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전문가평가단 결과는 해당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단계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상위 단계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전문가평가제는 자율규제권 확보의 전단계인 만큼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보건소나 복지부의 조사, 행정처분 이외에 전문가평가제가 추가로 이중 조사, 이중 처분을 할까 많은 회원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서로 불신하고 고발하는 제도라는 걱정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신뢰받고 의협이 자율규제권을 확보하며 독립적 면허관리 기구 초석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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