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명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 위험도 불과 1% 차이 국내 전문가들 접종사업 혼란 우려 "더 많은 연구 필요하다"
연령에 따라 2~3회 접종이 권장되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단 한번만 맞아도 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연구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충분한 근거가 쌓일때까지는 지금과 같이 2~3회 접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논란은 국가접종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호주에서 나왔다.
호주 보건복지학회와 멜버른 의대 연구진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25만 648명을 대상으로 접종 횟수별 위험도에 대한 코호트 조사를 실시하고 현지시각 24일 파빌로마바이러스 리서치(Papillomavirus Research)에 결과를 게재했다(10.1016/j.pvr.2019.100177)
연구진은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접종 횟수별 위험도를 점검하기 위해 2007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자궁 경부 검사 진행하며 추적 관찰했다.
또한 조직학적으로 확증된 위험비를 산정하기 위해 콕스 위험 회귀 분석을 통해 위험도를 보정했다.
그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용성은 분명하게 검증됐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한번이라도 맞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궁경부암 위험이 40% 가량 낮아졌기 때문이다(HR 0.61).
하지만 접종 횟수별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백신을 한번 맞으나 세번 맞으나 위험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한번 맞은 군과 두번 맞은 군의 위험도를 비교하자 차이가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HR 1.00). 통계학적으로 아예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한번 맞은 군과 세번 맞은 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세번 맞은 군이 한번 맞은 군에 비해 1% 정도 더 예방 효과가 있었다(HR 1.01).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의 나라에서 전문가들이 연령별로 2~3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를 진행한 멜버른 대학의 Julia Brotherton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번의 백신 접종으로도 충분히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연구가 더욱 체계화된다면 백신 접종 절차를 더욱 단순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자궁경부암 유병률과 백신 접종률 등 국가적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된 후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
대한산부인과학회 김미란 이사는 "국가별로 유병률과 백신 접종률 차이가 있는데다 인종별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더 많은 검토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연구에도 안전성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2~3회 접종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추후 가이드라인이 변경될 수는 있지만 충분한 근거가 쌓인 방법을 놓고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 이성종 이사는 "현재 권고되고 있는 2~3회 접종은 자궁경부암 백신이 나온 뒤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검증한 가장 효과있는 접종 방식"이라며 "국내에서도 대한산부인과학회를 비롯해 부인종양학회 등이 충분히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구가 진행된 호주 자체가 워낙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낮은 국가라는 점에서 다국가 연구가 좀 더 진행된 후에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아마 한번 접종으로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여 가이드라인에 변경이 온다 해도 12~13세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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