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개원의들 "2016년 의정부 의사 기소 사건 이후 개원 선택" 일각에선 "정신과 상담수가 개선도 영향…국가 치매책임제도 한몫"
12%. 지난 한 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은 환자 수 증가율이다.
그다음으로 환자수 증가율이 높은 마취통증의학과가 4.5%인 것을 보면 증가율이 압도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2018년 진료비 주요통계 결과다. 정신과를 찾는 환자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가 뭘까.
2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들은 개원한 정신건강의학과 숫자가 눈에띄게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꼽았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2016년을 기점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2017년 100곳, 2018년 120곳 개원했다. 평상시 40~50곳이 개원하고 20곳이 폐업하던 것과는 분명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개원 숫자가 늘어난 만큼 환자 숫자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심평원이 발표한 의원급 의료기관 개·폐업 현황자료를 봐도 개원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숫자가 50곳 수준에서 2017년부터는 100곳을 넘었다. 반면 폐업 의원 숫자는 20곳 수준에서 그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2016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개원을 선택했을까.
일명 '의정부 정신과 의사 기소 사건'으로 검찰이 경기도 북부 20여개 정신병원을 대상으로 환자 입퇴원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정신보건법에 의거해 입원 시 6개월 이후 퇴원 명령에 따라 정확히 환자를 퇴원시켰는지 집중 조사한 것.
당시 의정부검찰청은 강제입원 필수요건인 환자와 보호자 가족관계증명서 당일 제출 등 행정절차를 위반한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 79명을 기소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의정부 사건 이후 봉직의들도 조사 대상이 됐었고 병원 환경이 의사를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접하고 개원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많았다"라며 "선배 의사들도 차라리 개원을 권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다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가 수가가 일정 부분 개선되면서 개원 초기 의사들이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상담치료 강화를 위해 정신과 수가를 개편, 7월부터 적용했다. 수가를 인상하고, 환자 본인부담금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지지요법과 집중치료, 심층분석요법의 개인정신치료 수가를 10분단위로 개선한 후 수가를 인상했다. 집단 정신치료도 치료시간과 치료인력 규모를 수가를 인상했다. 비급여였던 인지 및 행동치료도 급여화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것도 환자 증가의 주된 이유다.
서울 A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적 상황이 불안정하니 불면증 환자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B정신건강의학과 원장도 "과거에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을 하려면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간판을 달고 했다"라며 "최근에는 TV에서도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극 나오는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원장은 "지자체별로 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검사와 치료 필요성을 환자에게 안내하고 약 값도 일부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며 "정부 정책이 환자 증가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환자 증가의 분위기가 인기과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은 경계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이 집중되는 인기 진료과목 중 하나다.
서울 C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가 경제적인 측면을 봤을 때 수입이 많은 진료과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워낙 음지에 있던 과거와 달리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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