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원 서신문 "혈압·당화혈색소 수치 안써도 불이익 없다" 안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일일이 환자 동의 받아야 하나"
심사체계 판을 바꾸는 분석심사가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특정내역에 별도로 기입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 제도 시행 자체를 반대해 온 의료계 움직임에 기름을 부은 것.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5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대한의사협회의 분석심사 전면거부 결정을 따를 것"이라며 "고혈압, 당뇨병 환자 진료 시 기입해야 하는 혈압 및 당화혈색소 수치를 기입하지 말고 이전처럼 진료해달라"고 알렸다.
1일부터 시행된 분석심사 대상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슬관질치환술 MRI, 초음파 등 7개. 이 중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면 혈압 결과를,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HbA1c) 검사 결과를 특정내역란에 따로 써야 한다.
이 사실을 알려지자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내과 개원가는 기록 자체가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K내과 원장은 "고혈압 환자를 볼 때마다 일일이 어떻게 혈압을 기입하고 있나"라며 "혈압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당화혈색소도 환자마다 목표치가 다르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개원의는 환자의 당뇨병, 고혈압 그 질환만 보는 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태를 보고 검사를 해야 한다"라며 "혈압 조절이 안되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안 좋으면 약을 잘 안먹어서 그런것인지, 생활습관이 안좋은지 등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수치를 적고 있을게 아니라 환자와 대화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Y내과 원장은 혈압과 당화혈색소 정보는 환자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심사를 위해서 정말 필요한 정보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데이터를 모으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기 떄문에 환자한테 물어봐야 한다. 환자한테 일일이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혈당, 혈압 조절은 환자의 협조도 필요한 문제인데 그 수치만으로 의사가 치료를 잘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내과의사회는 결국 특정내역란에 수치 기입을 거부하자는 대회원 공지를 하기에 이르렀다.
내과의사회는 "특정내역란에 수치 기입을 하지 않아도 현재 불이익이 없다"라며 해당 청구 부분이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그동안 내과의사회, 의협은 분석심사 문제점 등을 지적했지만 보건복지부, 심평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일부 단체와 협의 후 제도를 강행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내과의사회는 분석심사에 대한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이 조금 다르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현 상황에서 좀 더 두고보면서 계속 얘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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