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최전선에서 일하는 병공의들 근무 열악해도 환자 생각하면 사르르 고령층 환자 공보의 어리다는 이유로 '폭언' '폭행'...잘못된 인식은 사라졌으면
|극한공보의| 의료취약지 공보의를 만나다
공중보건의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역할은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특히,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의료취약지에 있는 공보의 현실은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① 바다 위 환자 안전 책임지는 병원선 서동호 공보의
② 의료취약지 응급환자 책임지는 민간병원 김준형 공중의
"1년에 한명이라도 응급환자가 오면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공보의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를 떠올릴 때는 보건소나, 보건지소 혹은 병원선과 섬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보의를 떠올린다.
하지만 전국에 약 100여명정도의 공보의는 민간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의료취약지 응급환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공보의를 민간병원에 배치하는 이유는 의료취약지에 응급의료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이들을 병원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를 줄여서 '병공의'라고 부른다.
메디칼타임즈가 만난 김준형 공보의는 경상남도 의령군에 위치한 의령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로 지난 4월부터 김준형 공보의를 포함해 2명의 공보의가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병공의는 법령에 의거해 24시간 근무이후 24시간 휴식이 원칙이다. 예를들면 월요일 8시 30분에 출근하면 화요일 8시30분까지 근무 후 맞교대하는 방식이다.
이를 김준형 공보의가 근무하는 의령병원에 대입해보면 24시간씩 7일, 168시간을 두명의 공보의가 84시간씩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응급실 특성상 1년 365일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매일 야간근무를 번갈아가며 지속하고 있고 이 때문에 사실상 병공의는 병가나 연차 사용은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인이 쉬면 누군가는 쉬지도 못한채 일을 해야하기 때문.
실제로 지난 3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간병원 공보의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48.6시간으로 최대 근무시간은 70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준형 공보의 또한 병공의가 겪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근무스케줄을 꼽았다.
"저보다 힘든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빠듯한 근무스케줄이 가장 힘들다. 기본적으로 공보의 두 명이 응급실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맞교대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둘중 한명이 아프기라도 하면 한명의 공보의가 감당할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24시간 움직이는 응급실을 책임져야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공보의가 병원 배치 이후 야간 근무를 징검다리스케줄로 3년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미.
이와 함께 김 공보의가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고령환자 진료의 어려움 실제로 기자가 직접 의령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병원 내 진료를 받는 환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것을 쉽게 볼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층 환자가 응급실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방문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점을 지적한 것.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올만한 상황이 아닌 경증한자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배치 이후 6개월 이상 근무하면서 응급이라고 본 환자는 딱 1명으로 환자들이 응급실을 진료소처럼 이용하는 행태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응급실의 진료실화의 이유는 일반적으로 응급실 방문 시 일반진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내야하는 것과 달리 의료취약지 수가를 반영해 사실상 일반진료와 비용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 원인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김 공보의가 더욱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고령 환자들이 엄연히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릴 수밖에 없는 공보의의 말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의료진으로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진단을 내리지만 공보의 특성상 어린 나이 때문이지 몰라도 '네가 뭘 알겠어, 그냥 영양제나 놔줘', '주사 한방 맞으면 낫는데 왜 그걸 안 해줘' 등 공보의의 처방을 수용하지 않는 점도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특히, 김 공보의는 일부 환자는 자신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폭언과 폭행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어 항시 긴장상태로 근무에 임해야하는 것도 많은 병공의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해 응급실 폭행이 이슈가 됐는데 폭언 정도는 이제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신기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민원이 들어오는데 지역사회가 좁은 시골 특성상 역으로 공보의가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혼자 조심하는 상황이다."
즉, 민간병원에 근무하는 공보의는 민간병원이 가지는 특성과 공무원 신분이라는 의무의 굴레에 묶여 보호받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김 공보의는 이러한 민간병원 공보의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급차로 25분정도 되는 거리에 경상대학교병원이 위치하고 있어 사실상 중증응급환자는 다 그곳으로 가는 실정이다. 의료취약지라고 하지만 병원 근처에 충분히 많은 의원이 있고 낮에 진료를 받아도 될 경증환자들이 밤에 응급실을 온다면 의료취약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김 공보의는 단기적으로는 민간병원 공보의에 대한 인력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취약지 재설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병공의 근무 시스템은 누군가의 희생이 강요될 수밖에 없고, 지금 당장 내가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민간병원에 배치 받을 공보의를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김 공보의는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응급실의 존재 이유처럼 1년에 한명이라도 응급환자가 오면 잘 처치해서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근무 중이다. 저보다 더 열악하고 힘들게 근무하는 병공의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데 함께 힘내서 근무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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