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진, 네이처에 전이성 위암 환자 대조 임상 공개 생존율 평균 3개월 이상 연장…무진행 생존기간도 2개월 늘려
환자의 유전체 특성에 따른 맞춤 전략으로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밀 의료가 마침내 실제적 임상 근거를 갖추게 됐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전체 맞춤 치료의 효과를 임상적으로 입증한 것. 특히 이를 통해 면역 항암제의 가능성도 엿봤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 전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지연, 김승태, 강원기, 병리과 김경미, 소화기내과 이혁 등 공동 연구팀은 15일 전이성 위암 환자의 유전체 기반 개인 맞춤 치료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빅토리(VIKTORY, targeted agent eValuation In gastric cancer basket KORea)라고 명명된 이번 대조 임상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이성 위암 환자 7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제시된 맞춤형 치료 전략이 실제 임상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가 연구의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환자의 유전체 정보뿐 아니라 단백질체 등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다중 오믹스 방식으로 환자 정보를 정밀 분석했다.
이어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정확하게 짚어 내기 위해엄 브렐러 임상시험(Umbrella trial)으로 맞춤 약물을 골라냈다.
엄브렐러 임상시험은 환자에게 어떤 약이 효과 있을지 수많은 후보 약물을 한 번에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의 MD앤더슨에서 2008년 도입하면서 학계에 알려진 분석 툴이다.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 715명을 대상으로 미리 정한 8가지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에 부합하는 환자들을 추렸다.
이후 RAS, TP53, PIK3CA 등 현재까지 보고된 암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 등에 따라 선별된 105명에게 해당 바이오마커에 맞는 약물을 투여했다.
나머지 환자 중 2차 치료가 필요하거나 가능한 317명에게는 기존 치료법 대로 약물을 투여한 뒤 경과를 지켜봤다. 맞춤 치료군과 대조를 위해서다.
그 결과 두 그룹 간 생존율은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이나 성별, 전이 된 장기 개수 등을 모두 반영해 조정한 뒤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실제로 기존 치료법대로 2차 치료까지 마친 환자 그룹의 중앙 생존값은 6.9개월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에 따른 맞춤 치료를 받은 그룹은 9.8개월을 기록해 약 3개월을 연장했다.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은 무진행 생존기간 또한 바이오마커 치료 그룹이 더 길었다. 바이오마커 치료 그룹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5.7개월로 기존 치료법 그룹의 3.8개월을 상회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면역 항암제에 반응이 없던 위암에 대해서도 치료 가능성을 엿보는 계기도 마련됐다.
바이오마커 그룹 환자 중 일부에서 치료 후 면역항암제 치료 대상 기준인 PD-L1단백질의 발현율 증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를 총괄한 이지연 교수는 "유전체, 면역 염색, RNA 시퀀싱 등 원스톱으로 여러 암 표지자를한 번에 분석해 얻은 값을 토대로 맞춤 치료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의료진의 힘으로 국내 병원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유전체분석을 총괄한 김경미 교수는 "위암은 매우 복잡한 암으로 다양한 분석기법이 동원돼야 환자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더욱 정확하고 정밀한 환자 개인별 암분석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혁신적 연구 성과로 선정됐다(10.1158/2159-8290.CD-19-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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