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펜벤다졸 이슈가 뜨겁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이 사람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간독성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으니 복용하지 말라는 보도자료를 두차례에 걸쳐 배포했다. 식약처의 논리라면 동물시험 결과만 있는 항암제를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1상은 승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신약이나 처음 사람에게 투여할 때는 동물시험 결과밖에 없다. 동물시험결과가 사람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추정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면 동물시험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동물에서의 결과가 사람에서의 결과를 추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부득불 소중한 동물을 희생하면서까지 동물에서의 결과를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회사가 펜벤다졸의 지금까지의 동물시험 결과를 가지고 사람에서의 임상1상 승인을 규제기관에 요청했다고 하자. 규제기관은 과연 승인할까? 만약 본인이 그런 임상1상 계획서를 검토했다면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검토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입증된 펜벤다졸의 약리학적 기전상 사람에서 항암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과학적 개연성이 있고, 현재 환자들이 투여하고 있는 용량(조 티펜스의 복용량에 준함)은 동물에서 유효성을 보인 용량보다 높고, 동물에서의 안전성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식약처에서 우려의 의견을 나타낸 간의 종양 성장 촉진 효과는 마우스에서는 관찰되지 않았고, 래트에서만 관찰된 소견으로서 이 때 래트에게 투여된 용량은 현재 환자들이 투여하고 있는 용량의 2배 이상의 용량이다. 이와 같이 간 종양 성장 촉진 효과는 동물의 종에 따른 차이도 있고 용량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그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환자에게 투여되는 용량에서도 간 독성 및 골수 억제 등의 위험성은 있으므로 간기능 검사 및 혈액(CBC) 검사의 주기적인 모니터링, 간 독성 및 골수 억제 위험성이 있는 약과의 병용 투여시 좀 더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펜벤다졸 현상의 문제는 본래 임상1상은 약을 개발한 회사가 규제기관과 의료기관의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의료진의 감독 하에 환자에게 약물이 투여돼야 하는데, 현재 펜벤다졸을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임상시험의 절차를 밟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펜벤다졸을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없는 이유는 항암제 1~3상과 허가까지에 드는 수천억대의 개발비를 투여할 만한 회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말기 암환자들은 자신의 몸에 펜벤다졸을 임의로 투여해 스스로 임상시험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 환자들을 비난할 수 있으며, 펜벤다졸을 먹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임상시험 승인 후 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는 DSUR 조차 검토하고 있지 않는 식약처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도리어 환자들이 위험천만의 셀프 임상 대신 주치의에게 복용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간기능 및 혈액(CBC) 검사를 모니터링해 부작용의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안전을 관리하고, 3~6개월 후 추적 관찰에서 암이 진행하지 않는 효과가 관찰되지 않는다면 약을 중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항암제 신약의 성공률이 약 5%다. 그 성공한 신약의 효과가 약 50%의 환자에서 있다고 가정할 때 신약 임상1상 시험에 참여해 유효성을 경험할 확률은 2.5%다. 그렇기 때문에 리얼월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펜벤다졸의 임상1상 결과가 전체적으로 비록 효과가 없다고 나올지라도 2~3명에게라도 효과가 있다면 그것을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펜벤다졸이 말기 암환자들에게 준 희망을 생각할 때 이미 그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먹지 말라고 하지 말고, 안전하게 먹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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