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 관련 의료계 총파업을 앞두고 의-정 간 한 치 물러섬이 없는 대치 상태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고무된 개원의들의 집단휴진 참여 열기가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오는 14일 의사협회 주최 1차 전국의사 총파업에 따른 문정부의 대응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의사협회는 12일 정오까지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원격의료 철회 또는 중단 그리고 코로나19 극복 민관 협력 체계 구축 등 5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개선조치가 없다면 14일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현재까지 총파업 핵심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안을 고수하고 있어 공식 답변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계 총파업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의료계 총파업 핵심 동력은 의원급이다.
복지부는 이미 전국 보건소를 통해 행정조치 명령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오는 14일 당일 진료를 당부한 진료명령과 부득이한 사유로 휴진하는 의원의 4일전(8월 10일) 휴진신고 명령 등을 명시했다.
의료기관 집단휴진에 따른 행정처분 근거는 업무개시 명령이다.
현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2항에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 지사 또는 지자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3항에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복지부가 보건소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휴진신고 기관이 전체 의원 수 10% 이상일 경우 업무개시 명령 예정"이며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위반해 휴진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의료법 제64조 등에 따른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법을 살펴보면, 제64조(개설허가 취소)에 입각해 업무정지 명령 위반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행정처분 그리고 제88조(벌칙)에 근거해 해당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형사고발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4년 3월 의사협회 노환규 집행부가 의원급 집단휴진을 주도했을 때 복지부는 의료법 동일한 조항을 적용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원격의료와 의료기관 영리 자법인 설립 강행에 반대해 전국 4417개소 동네의원이 집단휴진에 참여했다.
복지부는 전국 254개 보건소를 통해 행정조치 명령을 발동했으며, 보건소 공무원들은 유무선 연락과 방문을 통해 지역 의원급 휴진 여부를 오전과 오후 등으로 나눠 시간대별 세밀하게 확인했다.
또한 의사협회 집행부와 시도의사회, 개원의협의회 집행부 등 주요 임원의 의원급을 대상으로 휴진 참여를 별도 조사하며 의료계를 압박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단휴진 의원급 4417개소에 대한 행정처분을 복지부에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의료계와 신뢰에 무게를 두고 처분을 유보했다.
그해 복지부 실무 책임자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현 보건산업진흥원장)과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장(현 지역복지과장)이다.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은 의료법뿐이 아니다.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근거해 시정조치와 5억원 범위 내 과징금 부과 그리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 벌금 형사고발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집단휴진을 주도한 의사협회를 정조준 하는 법 조항이다. 노환규 전 회장이 공정거래법에 따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법적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14일 의료계 총파업 강행 시 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 역시 복지부 고발 조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최대집 집행부와 여당 지도부의 강경 대치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대집 회장은 2018년 4월 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으로 의병정 협의 파기와 정부와 대화 단절 그리고 문케어 반대 등을 주장하며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당시 여당 김태년 정책위의장(현 원내대표)은 당정 논의를 통해 의원급 집단휴진의 엄정 대응 그리고 사실 호도와 왜곡 시 법적 소송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여당 측은 "복지부에 의정 협의 파탄 책임을 묻지 않겠다. 복지부가 최대집 당선인에게 끌려가지 말라"라며 복지부에 힘을 실어줬다.
2020년 8월, 달라진 점은 강해진 여당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거대여당으로 성장했으며 사령탑은 당시 최대집 집행부와 강경 대치 후 당선된 김태년 원내 대표이다.
또 다른 변화는 포스트 코로나이다.
행정조치 명령 공문을 받은 일선 보건소들은 복지부의 무리한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역 모 보건소장은 "휴가철 의료기관 휴진율은 10~30%이며, 명절에는 80%에 달한다. 의사협회 총파업을 저지하기 위한 이유로 휴가철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보건소장 커뮤니티에서 전국 의원 수 10% 이상일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복지부 공문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 호흡기클리닉 등 지역의사회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 많은데 복지부 공문은 의료계 압박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복지부가 대화하자고 하면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입장을 고수하고 행정조치 명령까지 내리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나"라고 반문하고 "발표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 의료인 헌신만 요구하면 어느 의사가 자원해 방역현장으로 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하 대변인은 "지난 2014년 집단휴진 때보다 높은 의원급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까지 나선 상황에서 선배의사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총파업 참여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오는 14일 수도권은 여의도 공원에서 지방은 지역별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해 상황에 맞춰 해당 지역 봉사활동 등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계 모습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의료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여당 관계자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의료계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대화할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여당과 복지부, 의료계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복지부에 의료계를 자극하는 언행과 정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집단휴진 의원급 행정처분 관련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되도록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거대 여당의 호위 속에 복지부는 집단휴진 의원급 행정처분 근거인 업무개시 명령 발동 여부를 오는 13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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