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호르몬 요법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돌입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요양 급여 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자 칼을 빼어 든 셈.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폐경 호르몬 요법 논란 여전…국내선 유용성 우세
폐경 호르몬 요법은 말 그대로 폐경기 여성 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나타나는 심혈관 질환 위험 등 부작용들을 줄이기 위한 보충 요법의 하나다.
폐경 호르몬 요법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호르몬 요법이 도입된 1990년대는 혜택이 부각되며 호평을 받았지만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뇌졸중 위험을 지적하면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고 2012년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의 경고로 효용성 논란에 본격적인 불이 붙었다.
USPSTF의 지적은 2010년 발표된 대대적인 추적 관찰 연구에 기인한다.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이 연구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장기간 병용할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폐경 호르몬 요법=유방암 발병 위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USPSTF는 2017년 권고문을 내고 폐경 호르몬 요법에 권고 D등급을 냈다. 사실상 정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지 말라는 통보과 다르지 않다.
이때부터 시작된 폐경 호르몬 요법의 유용성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효용에 대한 연구와 부작용 연구가 계속해서 치고 받으며 논란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용성이 우세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성균관의대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가 내놓은 연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19년 USPSTF의 권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를 내놓은 것.
국내 등에서 이뤄진 폐경 호르몬 요법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임상시험 4개를 메타 분석한 이 연구는 60세 미만 폐경 여성의 경우 사망률이 13%를 줄인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윤병구 교수는 "USPSTF의 권고로 폐경 호르몬 요법의 효능이 오래도록 가려진 측면이 크다"며 "이러한 문제로 실제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까지 치료가 미뤄지거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폐경 호르몬 요법 손 대는 정부…적정성 살피나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폐경 호르몬 요법에 직접 손을 대기 위한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이 인식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의료연구원 등은 폐경 호르몬 요법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현황과 문제점 점검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러한 실태조사에 대한 명분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폐경 호르몬 요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를 받는 요양 급여 환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폐경 호르몬 요법은 질병코드 N95로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한다. 결국 이 코드 환자들의 현황이 심평원에 모니터링되고 있다는 의미.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에 대해 현미경을 대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단 정부는 보건의료연구원 차원에서 폐경 호르몬 요법 성과 분석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연구원은 산부인과와 가정의학과, 내분비내과 전문의 1천명을 대상으로 폐경 호르몬 요법 시행 여부와 이에 대한 전문가 평가 등을 조사중인 상황이다.
이 조사는 폐경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 적이 있는 지와 그 이유 등 기초적인 내용들은 물론 만약 배우자에게도 폐경 호르몬 요법을 시행할 것인지 등 정성적인 조사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일부 문항에서는 전문가로서 폐경 호르몬 요법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 시행할 필요가 없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직접적인 효용성에 대한 의견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로서 근거 수준과 암 위험성에 대한 견해, 기타 부작용 사례 등을 직접적으로 묻고 있다. 여기에 직접적 처방량과 처방 환자수, 처방 기간과 그 이유 등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과연 진료과별로 폐경 호르몬 요법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와 의사 1명당 처방량과 환자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근거 수준과 그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사에 대해 다소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전문가 단체 등을 통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다학제적 접근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대한폐경학회 임원은 "폐경 호르몬 요법은 이미 수없이 검증되고 있고 환자별로 분명하게 유용성이 입증되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부정적 연구들로 인해 실제적인 폐경기 여성들의 건강 관리에 구멍이 여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폐경학회를 비롯해 유관 전문가 단체들의 지속되는 노력으로 이제서야 겨우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며 "단순히 환자 수가 늘고 처방량이 늘었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는 것은 이러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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