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에 대한 가격 부담 등으로 관리되지 않은 개인용 소리증폭기가 시중에 확산되자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경고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이과학회가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소리증폭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관련 연구를 통해 소리증폭기의 의학적 근거 부족을 지적하는가 하면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며 정부의 개입을 주문하고 나선 것.
대한이과학회는 3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개인 소리증폭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과학회 구자원 회장(서울의대)은 "미국에서 확산되던 소리증폭기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보청기 가격이 국내보다 확연하게 비싼 미국에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활용되던 것이 국내로 넘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정 부분 가격 부담을 줄이는 보조 도구로서 가능성은 있지만 적절한 역치가 없다는 점에서 소음성 난청 위험 등이 크다"며 "하지만 아무런 규제나 가이드라인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균관의대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가 국내에 유통되는 6개 소리증폭기 제품(고급형 3종, 보급형 3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4개 기기가 기준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리 증폭 평가와 전기 음향 분석 등을 진행한 결과 적절한 수준으로 소리를 증폭하는 기기는 고급형 두 종류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소리증폭기는 의료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품질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난청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문일준 교수는 "일부 소리증폭기는 출력이 너무 높아 오히려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거나 난청 환자의 청취 능력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난청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품질에 대한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소리증폭기에 대한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과학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가격 부담으로 보청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한다 해도 이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이과학회 박시내 공보이사(가톨릭의대)는 "청력이 떨어지면 단순히 보청기만 착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만큼 전문적인 청력 검사를 진행한 뒤 난청 유형을 진단해 약물과 수술 치료 등 다양한 청각 재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청기 또한 제대로된 의사의 검증과 확인 후에 착용해야 한다"며 "특히 검증되지 않은 소리증폭기는 부작용을 장담할수 없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과학회는 이렇듯 무분별하게 소리증폭기가 유통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도 주문했다. 적어도 최소한의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자원 회장은 "이미 보청기에 대한 보장성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으면서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며 "더욱이 소리증폭기와 같은 기기들이 규제 없이 유통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규격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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