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심평원-전문 학회, 약제 사용 등 개선안 논의 유관 학회들, 병용요법 확대를 제1 해법으로 제시
수년 간 공회전을 지속해온 폐동맥고혈압 약제 급여기준 개선 논의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기준 개선을 주장한 주요 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만나 서로간의 문제 의식 및 개선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침내 마련됐기 때문이다.
약제의 병용 확대와 관련해서는 아직 '비용-효과성'이라는 판단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첫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만으로도 관련 의료진들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29일 심평원은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대한심장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고혈압학회와 함께 폐동맥고혈압 약제 급여기준 개선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해외와 대비해 유독 떨어지는 국내의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두고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약제 사용을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현행 급여기준은 3개월마다 단계적으로 증상이 나빠진 후에야 단독→2제→3제요법으로 추가 약제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환자단체 및 학회들은 "증상이 악화돼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희한한 제도"라며 병용요법 적용 확대를 주장해왔다.
초기 적극적인 병용요법의 긍정적 영향 및 예후를 살핀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고, 병용에 적합한 신약들이 지속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는 만큼 단일제로 시작해야 하는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전문가자문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참석한 3개 학회는 급여기준 개선 방향에 대해 이견없이 '병용 확대'를 핵심 개선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저조한 환자 생존율의 주요 원인은 약제 사용 제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병용 확대라는 해법에 학회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급여기준이 실제 임상 치료와 괴리감이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초기 적극적인 약제 사용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환자의 증상 악화 이후 더 비싼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재정 낭비에 가깝다"며 "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선 병용요법 확대가 오히려 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관련 학회들이 해외의 치료 가이드라인 및 최신 연구 지견들로 중무장한 만큼 심평원도 급여기준 개선 필요성에는 동감을 나타냈다는 후문.
해외 학회의 치료 지침이 초기~중등도 환자군에 대한 적극 치료를 주문한 것과 달리 국내 급여 기준은 중등도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는 부분에서도 큰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질적인 기준 개선까지는 시간이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 급여기준과 관련해선 심평원의 독자적인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추후 보건복지부와 논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청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또 '비용-효과성' 측면에서의 재정 추계가 없다는 점도 신속한 기준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이에 기반해 개선안을 검토하겠다"며 "심평원에서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데, 초기에 적극적인 약제 사용이 실제 총 약제비의 절감으로 이어지는지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이 진행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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