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은 의사의 지시하에 환자 수술에 참여했고, 대표는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무면허 의료행위, 리베이트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이들에게는 '벌금형'이라는 결정이 떨어졌다. 영업사원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신경외과 의사도 벌금형을 받았다.
해당 사건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됐던 국립중앙의료원(NMC) 대리수술 의혹에 대한 법원 결정이다.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 L씨는 서울 중구 NMC 수술실에서 신경외과 의사 J과장이 집도하는 '척추체 제거수술'에 참여해 인공 척추체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구체적으로 환자 몸에서 적출된 갈비뼈를 건네받아서 의료용 기구인 뼈 집게(론저)를 이용해 수십 개의 작은 조각으로 절단한 다음 인공척추체관(매쉬 케이지) 안에 다져 넣어 갈비뼈 조각이 인공 척추체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L씨는 다 만든 인공 척추체관을 J과장에게 전달했고, J과장은 환자에게서 제거한 척추체 자리에 삽입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4단독(판사 신혁재)은 L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의료행위를 하게 둔 J과장은 의료법 위반 교사로 벌금 500만원 형을 내렸다.
J과장 측은 영업사원 L씨가 한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공 척추체를 만드는 행위와 만들어진 인공 척추체를 신체에 이식하는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드는 행위 자체는 외과적 시술이 아니고,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행위도 아니라는 게 J과장의 주장이었다.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으니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관련 전문가는 영업사원 L씨가 한 행위를 '의료행위'라고 봤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의료중재원 신경외과 자문의는 "영업사원의 인공 척추 제조는 척추유합술을 위한 해위로서 수술과 별개의 행위가 아니다"라며 "매쉬케이지에 골편 조각을 채우는 행위는 유합술을 위한 골이식 과정에 속하는 행위로 이식 골편 상태에 따라 유합 성공률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수술자 감독 하에 의료인을 통해 수행하는 게 필요한 의료행위"라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 역시 "행위에 따른 책임 문제를 고려할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라며 "시술 수술 등 일련의 의료행위의 한 부분으로 면허를 취득한 자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다. 기성품 상태로 납품돼 검수해서 건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정부와 산하 기관의 의견서를 비롯해 신경외과 전문의인 J과장의 수술 장부, 수술실 출입자 대장 사본, 의무기록 사본 등을 검토해 영업사원 L씨와 의사 J과장에게 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매쉬 케이지에 골편 조각을 채우는 행위는 피부 절개 부위 유합술 후 수술 부위 봉합까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수술의 일부로서 골이식 과정에 속하는 행위"라며 "이식골편 상태에 따라 유합 성공률에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 감독 하에 의료인을 통해 수행하는 게 필요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술 결과 환자에게 구체적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학회 항공권과 숙박비 주고받은 대표와 의사의 최후
영업사원 L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할 때 해당 회사 대표인 또 다른 L씨는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L대표는 해외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항공권 비용과 숙박비, 골프장 비용을 제공하는 형태의 리베이트를 했다. 2018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30회에 걸쳐 3071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L대표에게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법정에 선 의사는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 봉직의까지 총 2명.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이기도 한 P교수는 제자와 아내의 해외 학회 참석을 위한 항공권 비용도 지불 받았다. 금액은 328만원 수준. L대표는 P교수가 근무하는 대학병원 행정직원들에게도 8회에 걸쳐 1584만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L대표와 레지던트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봉직의 J씨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을 위한 항공권과 숙박료 등 370만원을 L대표에게 받았다. J씨는 "관례적으로 의료기기 판매 업체에서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수사 과정에서 털어놨다.
법원은 L대표에게 받은 리베이트 비용을 모두 추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L대표에 대해서는 의료기기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있지만 모든 리베이이트 수수 행위를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법 감정이나 거래계의 관행에 비춰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이익 수수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라며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비교적 낮게 규정하고 있고 다른 형사처벌 규정보다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L대표가 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자사 제품을 사용해 달라는 영업 목적 의도도 포함된다"라며 "P교수와 J씨가 받은 것은 판매 촉진 목적에서 행해진 경제적 이익의 수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학술대회 지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 결정을 받아든 5명의 피고인은 모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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