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
'50대 중반 대장암으로 부분 절제술, 70대 중반 복부 대동맥 질환으로 스텐트 이식 삽입술을 받은 고혈압 환자. 현재 아스피린 복용 중'
이 같은 병력을 가진 70대 후반 환자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A의원을 종종 찾아 경막외신경차단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A의원 원장은 환자 B씨의 대요근에 프롤로 주사를 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B씨의 건강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돼 프롤로 주사 후 약 6시간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유가족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도 도대체 왜 이 환자가 죽음에까지 이르렀는지, 프롤로 주사와 환자의 죽음 사이 관계가 궁금하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 문을 두드렸다.
설명이 부족했고 주의의무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지만 프롤로 주사와 환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는 발견할 수 없다는 게 의료중재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의료중재원의 중재로 환자 측 유족과 A의원은 합의금 600만원으로 마무리 지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 70대 후반의 환자 B씨는 A의원에서 허리 통증으로 경막외신경차단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시술 후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 시술 5일 후 대요근에 프롤로 주사를 맞았다. 대요근은 허리에서 허벅지로 내려와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작용하는 근육이다.
주사 후 B씨는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프롤로 주사 전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으로 인한 마비 증상은 1~3시간 후 자연 회복 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하에 B씨를 물리치료실 침상에서 쉬도록 하고 주사약물의 희석을 위해 생리식염수를 정맥주사로 투여하며 회복을 기다렸다.
1시간 20분이 지나도록 마비는 좋아지지 않았고, 그 사이 통증을 호소하는 B씨의 전화를 받은 가족들이 의원으로 찾아와 전원을 요구했다. 의료진은 B씨를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 했지만 B씨는 응급실 이송 후 3시간여만에 복부 대동맥 동맥류로 사망했다.
응급실에서 찍은 CT에서는 복부 대동맥 파열 소견이 보이지 않았고 스텐트 이식 조직(graft)에 혈전만 보였다.
의료중재원은 대요근 주사 시행, 프롤로 주사 후 수액을 주사하며 경과 관찰에서 의료진 조치는 적절했다고 보고 "프롤로 주사 후 바로 이상 소견을 호소한 점을 봤을 때 주사와 나쁜 결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원인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즉, 대요근 주사와 대동맥류 혈전 또는 파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
다만, 기록 및 설명의 부실함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갔다.
의료중재원은 "환자 B씨의 병력을 고려했을 때 심혈관계 질환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환자였지만 주사 전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상태를 관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라며 "리도카인 마비 부작용에는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만 환자의 지속적인 통증 호소에는 소홀히 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침습적 시술을 할 때는 사전에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거쳐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쳤다는 자료 역시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의무기록상 대요근 프롤로 주사의 시술 깊이 등에 관한 기록이 없는 등 주요사항의 기록이 누락됐다"라며 "최근 초음파나 C-arm 등 시술이 대중화돼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면서 시술했다면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됐을 것이지만 이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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