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에 대해 아세요?" 대다수는 심부전에 대해 들어봤다 답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심부전학회의 대국민 인지도 조사 결과 84%의 응답자가 심부전을 안다고 답했다. 문제는 들어본 것과 실제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심부전에 대해 알지만 정작 얼마나 치명적(중등도)인지 묻는 질문에는 25%만이 제대로 답했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심부전에 대해 들어만 봤을 뿐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심부전의 2년 사망률은 20%로 폐암과 맞먹는다. 5년 사망률은 50~60%로 껑충 뛴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펄쩍 뛰는 것과 달리 심부전에는 무덤덤한 이유는 따로 있다. 단어가 가진 애매모호한 이미지 때문이다.
질환 인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캠페인이나 환자 강연과 같은 학회의 홍보 업무에도 약발이 받지 않는 건 그만큼 직관성이 떨어지는 질환명이 한몫한다. 심+부전에서 부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중에겐 심장애나 심질환이라는 단어가 보다 직접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학회는 현행 일반질환군에 속한 심부전의 중증도 분류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환자들, 대중이 움직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5년 내 절반이 사망하는 그 치명률은 안다면 대중들이 먼저 나서 심부전을 중증 상병에 포함시켜 달라 요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직관적인 질환명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비슷한 고민을 최근 개최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봤다. 당뇨병, 고혈압과 달리 이상지질혈증의 관리는 말 그대로 구멍이 나 있다. 20년간 유병률이 지속 증가하면서 그간 질환 인지율 제고에 노력했던 학회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학회 관계자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단어가 길기도 하고 일반 대중은 뭔 말인지 모른다"며 "병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상지질혈증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구분하자는 취지로 고지혈증 대신 이상지질혈증을 대체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그 변화가 인식률 제고에 기여했는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애매한 조현병이라는 명칭 개정도 마찬가지. 좋은 취지(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명칭 개정 공모전과 같은 이벤트는 좋은 기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보다 적합한 질환명을 찾을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적어도 질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재차 환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덜어내는 행위다. 20세기 대표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건축의 핵심으로'Less is More'를 언급했다. 모두 담으려고 했다간 모두 놓친다. 유행어로 번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덕목이 때론 직관을 위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위에 언급한 심부전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장/내분비 계열이다. 심장/내분비학계에는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출수록 좋다는 'The Lower, The Better'가 상식이 됐다. 이번엔 'The Lesser, The Better' 차례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