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된지 10년이 넘는 기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말레이시아에 가서야 시술 사례를 보게 됐다. 늦어도 너무 늦다. 이제라도 치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학적 근거를 충분히 쌓은 차세대 의료기기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 도입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제라도 혜택을 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부정맥학회 정보영 학술이사(세브란스병원 연구부원장)는 1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마이크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정보영 교수는 "마이크라는 개발 단계부터 심장 전문의들의 기대를 모았던 제품으로 국내 출시를 기다렸던 기기"라며 "하지만 FDA 승인을 받고도 몇년 동안이나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활용할 기회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결국 너무 궁금해 찾아간 곳이 말레이시아였고 가서 시술 사례를 보며 이건 반드시 들여와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결국 전 세계에서 검증이 끝나 동남아에서조차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 이제서야 국내에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마이크라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술한 의사다. 그렇게 기다리던 그 기술이 그의 손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이처럼 마이크라를 기대했던 이유는 뭘까. 일단 마이크라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라는 이식형 심박동기의 차세대 모델로 전극선을 완전히 없앤 것이 특징이다. 100원짜리 동전만한 2cm 크기의 심박동기를 대퇴혈관을 통해 이식해 활용한다.
메드트로닉이 마이크라를 개발할때부터 학계의 관심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배터리를 삽입하지 않는데다 별도의 전극선이 없다는 점에서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영 교수는 "다양한 연구 결과 마이크라 이전의 이식형 심박동기는 전극선으로 인한 합병증 비율이 최대 5.5%, 배터리 등 포켓으로 인한 합병증 비율이 최대 4.8%에 달했다"며 "이러한 합병증 우려를 한번에 없앴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 19개 국가에서 진행된 'MARVEL' 임상을 보면 마이크라는 과거 이식형 심박동기와 비교해 주요 합병증 위험을 63%(HR 0.37)나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장기 안전성 또한 데이터를 쌓아가며 지속적으로 입증되는 중이다. 18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6개월간 진행한 시판 후 연구(Post-Approval Registry), 즉 리얼월드데이터에서도 주요 합병증 발병률이 3.5%로 과거 심박동기 대비 58%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술이 간편하고 환자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쇄골 사이에 배터리를 넣기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전극선을 연결하는 과정 등이 모두 생략되는 만큼 시술 및 회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이식 성공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실제 마찬가지로 글로벌 임상 결과 마이크라는 이식 성공률 99.2%를 기록하며 거의 실패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보영 교수는 "시술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10분에서 15분이면 이식이 완료된다"며 "과거 이식형 심박동기 시술이 포켓 등을 마련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광범위하게 이를 활용하는데는 다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별 급여로 인해 환자 본인부담율이 50%로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가 도입이 늦은 만큼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보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영 교수는 "정맥 혈관 문제로 전극선 삽입이 어렵거나 혈전증이 있는 환자, 감염이력이 있거나 고령 환자 등은 꼭 마이크라 이식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다소 높은 본인부담율로 인해 여전히 선택지를 넓히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지금 마이크라의 적응증이 실제 유효성과 임상 의사의 판단이 아닌 경제력이 되고 있는 셈"이라며 "이 정도의 강력한 에비던스(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마땅히 혜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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