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면다원검사 청구자격을 결정하는 시험이 시행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세부전문과목이 아닐 뿐더러, 관련 시험을 학회가 아닌 위원회가 주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는 2023년 1월 15일부터 수면다원검사 청구자격을 제한하는 시험을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정도관리위원회는 2018년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되면서 보건복지부로부터 관련 질 관리 권한을 위임받으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위원회는 수면다원검사 시행 정도관리 방안 및 제반 규정을 마련하고 교육 훈련 과정을 운영해왔는데, 내년부턴 요양급여비용 청구자격을 결정하는 시험까지 주관하게 된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이는 복지부가 위임한 업무권한을 벗어난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도관리위원회 역할은 교육 등의 업무로, 시험을 통해 청구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도관리위원회 운영규정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위원회가 시험을 통해 전문의들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 실제 위원회 운영규정 제7조 3호를 보면 위원회는 시험을 통과한 경우에만 교육이수자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위원회는 올해 첫 수면다원검사 교육이수증을 발급할 당시 최종 시험을 치르려고 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장이 분주할 때 일선에서 근무하는 수백 명의 의사를 한 장소에 모아 시험을 치르는 것은 의료진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장을 모르는 정도관리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세력 과시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면다원검사 교육을 받는 이들은 의사면허와 전문의 자격 모두를 취득한 전문가들이다"라며 "하지만 이들에게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이를 통해 교육을 이수한 자로만 그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험의 정당성·투명성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5명의 위원으로 운영되는 정도관리위원회가 전문의 시험에 준하는 시험을 시행할 능력이 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도관리위원회는 이전에 시험을 진행한 경험이 없어 보안 사항을 준수하거나 원활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악의 경우 시험 문제가 유출되거나 출제 오류 및 합격 기준점에 대한 이의제기가 이뤄질 수 있는데 관련 책임이 보건복지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불만이 큰 것은 이비인후과다. 현재 수면다원검사 관련 교육을 받는 의사의 상당수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수증을 발급받기까지 수십만 원이 들고 검사 방식도 정도관리위원회에 의해 일원화됨에 따라 이비인후과의사회 차원에서 나설 태세다.
이와 관련 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부회장은 "수면다원검사 장비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여부나 시행 자격을 모두 정도관리위원회가 정하고 있어 횡포가 만만치 않다"며 "가장 고가의 장비로만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큰데 이런 방식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제한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정도관리위원회 구성이 지목되고 있다. 위원들은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과·내과·이비인후과에서 각각 3인을 차출해 구성되는데, 안건을 다수결의 원칙으로 통과시키다보니 의견이 일치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과가 돌아가며 중책을 맡고 있어 의사결정이 힘의 논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정도관리위원회 이윤규 이비인후과 대표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도관리위원회에 대한 복지부·대한의사협회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대표위원은 "복지부가 직접 나서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보험 청구 자격 제한은 의협의 권한임에도 일부 세력이 이를 좌지우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적법한 업무 범위인지 확인해 정도관리위원회가 일부 위원의 사심을 충족시키는 기구가 아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역시 수면다원검사 시험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본 협회는 물론 유관학회들은 수면다원검사 시험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현재도 특정 분과나 학회 차원에서 교육을 통한 자발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데 청구 자격을 시험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특정 치료·검사에 대한 청구를 제한하는 부분은 의료계와 상의해야 하는 사안이다"라며 "이를 관련 전문과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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