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급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약가 참조 국가를 기존 7개국에서 9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진행되면서 제약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확대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약가 참조국 확대가 신약 진입의 허들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A9 행정 예고 관련한 참조 국가 수정 등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심평원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고가 치료제의 국내 급여 적용 과정에서 약가를 참조했던 국가를 기존 해외 7개국(A7)에서 호주와 캐나다를 추가시키기로 결정했다.
지속적으로 초고가 치료제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가 산출식이 너무 오래돼고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에 나섰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이다.
다만, 제약업계에서는 참조국이 늘어날 경우 기존보다 더 낮은 약가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기존보다 등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RPIA가 전달한 의견은 ▲환자접근성을 저해하는 일부 참조국 추가 반대 ▲불투명한 급여적정성 판단기준 추가 반대 ▲외국 조정가 참조산식의 출처 합리성 개선 ▲외국약가 참조기준 근거 규정 형식 변경 등 총 4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참조국 추가와 관련해서는 캐나다 수용, 호주 반대 입장으로 일부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90년대 외국 약가를 참조해 조정 당시 참조국을 A7으로 정한 배경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면서 허가와 보험등재에 합리적인 평가를 내리고 신약개발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국가라는 취지를 봤을 때 캐나다 약가 참조국 포함은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KRPIA는 "캐나다는 식약처의 신약 허가 시 참조하는 국가에 속하고, 국제적으로도 G8에 속할 만큼 경제수준이 높고,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나라인 만큼 참조국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수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호주에 대해서는 약가제도와 제약산업구조의 상이함과 코리아패싱(Korea passing) 등을 문제로 참조국에 포함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KRPIA에 따르면 호주는 의약품의 90%를 수입하고 있고 WHO 필수의약품을 생산할 만한 자국 제약사가 없는 상황이다. 또 호주 제약시장 규모는 국내의 40% 수준으로 등재된 제품은 20% 수준, 주성분수는 12%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국내 신약 개발 장려를 기반으로 하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호주의 혁신신약의 보험급여율이나 보험등재 소요기간이 길어 한국의 참조국가에 포함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 호주 제약산업연구소(Medicines Austrailia)가 발표한 2015~2020년 OECD국가 중 허가(Registered)와 급여(Reimbursed)된 혁신신약에 대한 자료에서, 호주는 보험 급여된 혁신신약의 순위가 20개국 중 17위(72건)로 한국 16위(82건)보다 한 단계 더 뒤에 위치했다.
또 보험 급여일까지 소요기간을 조사한 결과, 호주는 OECD 평균인 377일 보다 36일정도 더 413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7 국가의 등재 소요기간 평균인 195일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KRPIA는 "한국 가격을 참조하고 있는 중국,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비즈니스 규모를 고려했을 때 국내 보험등재를 포기하거나(Korea passing), 미루는 경향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심평원 규정안과 관련해 언급된 외국 9개국에서 캐나다는 수용가능하나 호주를 제외하는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투명한 급여적정성 판단 기준 및 참조산식 합리성 개선 필요"
또 KRPIA는 개정안의 일부 문구가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추후 심평원과 논의 과정에서 투명성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적받은 문구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의 제6조의2 1항3호에 추가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가능 약제의 급여적정성 판단에 대한 내용이다.
해당 조항에는 외국 9개국의 국가별 조정가격 중 최저가뿐만 아니라 이외 다른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등'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상태다.
KRPIA는 "경제성평가면제 등재 약제는 신속급여적용을 위해 A7 등재국 중 최저가 수용시 심평원에서 급여적정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후 공단과 협상으로 추가 약가인하와 위험분담제를 필수적으로 계약하는 만큼 A7 최저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 등재되는 구조다"고 언급했다.
이어 KRPIA는 "이런 상황에서 불확실한 문구의 추가는 심평원과 논의 과정에서 투명성이 없어지고, 상황에 따라 다른 여러 이유로 타의적인 약가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문구와 관련해 '~등'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문구가 유지돼야 한다면 경평면제대상 약제의 급여적정성 판단 기준을 '최저가'에서 '평균'이나 '중앙값'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고려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밖에도 KRPIA는 외국 조정가 참조산식과 관련해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합의된 산식 도출을 위한 변경안과 외국약가 참조기준을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과 같은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정해야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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