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이뤄진 '추나요법' 급여화 이후 한의과가 급여 영역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한의과 치료의 과학적 근거 만들기도 그중 하나.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수술이 필요 없는 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해 한의과와 의과 치료법을 무작위로 적용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한다. 요추추간판탈출증에 대한 한양방 치료를 비교하는 임상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 투입 예산은 9000만원이다.
한의학연구원은 지난해 발표된 2020년 한방의료이용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관련 연구가 필요하고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한방의료 이용 목적은 등 통증, 디스크, 어깨병변, 관절염 등 근골격 계통이 72.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염좌, 열상 등 손상 등으로 한방의료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37%로 뒤를 이었다.
한방의료이용 목적을 놓고 근골격 계통 중에서도 세부적인 부위를 물었고 그 결과 허리(요추)라는 응답이 62.7%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한 한의과와 의과의 비수술적 치료 비교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해 비수술 한방통합치료의 효과성, 안전성, 비용효과성을 확인해야 한다. 즉, 비수술 한방통합치료와 의과 치료를 비교하는 임상연구 프로토콜을 개발해 임상연구 대상 환자를 모집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허리디스크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 20명이 대상이다. 발병 4주 이상의 MRI 및 임상적 증상으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다.
한의학연구원이 제시한 로드맵은 다음 달까지 IRB 승인을 거쳐 6월까지 환자를 모집하고 올해말까지 치료 및 추적관찰을 하는 것이다.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는 "비수술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우선은 CT나 MRI 검사를 통해 비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수술 대상 환자는 연구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한방통합치료와 약물치료의 효과성 비교로 관련 근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리디스크로 의과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급여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과도한 수술 증가를 억제하고, 효과적인 비수술 치료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한의학 비수술 통합치료의 효과성 안전성,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 한의 치료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의계는 근골격계 영역에서 치료법에 대한 보장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추나요법 급여화가 거의 시작점이었다면 한방물리치료 급여권 진입도 한의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정부는 현재 비급여인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경근초음파요법, 경근초단파요법, 경근극초단파요법 등 5개 한방물리요법의 급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체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안건으로 등장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6개월 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을 단순하게 적용하면 올해 5월에는 5개 한방물리요법의 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한의과는 실손보험도 되지 않고, 산재 환자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급여 영역 확대를 통해 환자 숫자를 늘리는 게 유일한 돌파구일 것"이라면서도 "한의과 행위는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그 절차를 밟는 게 우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의학연구원의 이번 연구 연구 추진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수술 한방통합치료의 정의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디스크 4주 발병이라는 기준도 과학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의과에서는 디스크 관련 급여기준도 보존적 치료 범위를 6~8주로 설정하고 있다.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없는 환자는 8주 후 자연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측정을 하려면 정의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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