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계와 간호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간호법 제정 시 총파업을, 간호계는 무산 시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등 관련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국민의힘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통령실이 오는 16일 국무회의서 이를 심의·의결할 것으로 보이면서 의료계와 간호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이 같은 결정이 정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간호계는 당정 주장은 하위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무산 시 단체행동 등 초강력 대응을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간호사 단체행동'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를 중간 집계한 결과 응답자 98.4%(7만4035명)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것.
단체행동 수위가 어느 선에서 이뤄질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및 간호사 1인이 원하는 1정당에 가입하는 캠페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또 간협은 현상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정부·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건의는 의료계가 유포한 허위사실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에 명시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양성체계, 업무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해 직역 간 갈등 우려가 없다는 것.
또 윤 대통령과 여당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증거가 많고 본회의 역시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됐다며 거부권 행사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간협은 "국민 생명과 관련된 국가의 중대사를 허위사실에 근거해서 결정할 수는 없다. 우리 62만 간호인은 간호법 관련 허위사실과 가짜뉴스에 대항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며"선진국과 같이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에게 더 나은 간호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간호법을 공포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 시 오는 17일 대대적인 총파업을 감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선 1·2차 연가투쟁은 의사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전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쟁 동력까지 마련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우리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17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13보건복지의료연대의 결단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악법 저지를 위한 우리의 간절한 뜻이 무시된다면 총파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의협 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폭주의 결과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간호계가 정부·여당이 마련한 간호법 중재안을 거절한 상황도 강조했다. 이는 애초 간호계 요구였던 간호사 처우개선을 강화하면서 타 직역에 대한 업무 범위 침해 우려를 없앤 내용이다.
하지만 간호계는 간호사 부모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만큼, 거부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간호법은 간호사 처우개선이 아닌 지역사회 돌봄사업을 독식해 기득권 간호사 그룹의 의료 정치를 쟁점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다만 의료인면허취소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언급이 없는 건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이 역시 불순한 제정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적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법안은 간호법과 함께 패키지로 졸속 상정된 만큼, 거부권이 역시 동시에 행사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면허박탈범위를 중범죄·성범죄로 국한하는 수정안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의료인 직업 안정성을 약화시켜 정치로 의료 주무르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 추진으로 인해 촉발된 보건의료계의 혼란을 수습하고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한 여당과 정부의 노고에 환영과 안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는 해당 법안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날까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보건의료계의 화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압박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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