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1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정 이사장은 감염병 전문가로서 현 정부의 '과학방역' 정책 실행에 앞선 경험을 살려 건강보험 재정 운영 및 관련 업무 추진에서 '근거'를 우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이사장은 11일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꼭 필요한 진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지속가능한 보험재정 구축을 위한 혁신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관리체계 구축 ▲100세 시대를 안심하고 맞이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빅데이터 활용가치 제고 등 5가지를 약속했다.
정 이사장 역시 현 정부의 기조를 반영해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서 '지속가능'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그는 "불요불급한 재정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실 있는 급여지출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불법 개설기관 적발 등을 통해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라며 "진찰, 검사, 투약, 시술 및 수술, 환자교육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정적인 수입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과 저성장, 고령화 등 보험료 수입 감소에 대비하면서 공정한 자격 부과제도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기준 전체 진료비의 84.5%가 만성질환 진료에 지출되고 있는 부분에도 관심을 뒀다.
정 이사장은 "만성질환관리는 생애주기 관리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건보공단은 질병의 조기발견부터 예방, 진단, 치료, 장기요양까지 국민의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축적돼온 전국민 건강정보 분석 등을 통해 생애 전주기를 포함하는 맞춤형 건강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건보공단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핵심 가치를 소통과 배려로 설정하고 ▲반부패 청렴 기반 진정성 있는 혁신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행정운영을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근거'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A4 용지 9쪽 분량의 취임사에서 근거라는 단어는 총 8번 등장했다. 우선 지속가능한 보험재정 구축을 위한 혁신을 철저히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근거 중심의 행정 추구를 내세우며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서 최상의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라며 "신구사업을 막론하고 모든 중요한 사업에는 반드시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관례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은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없다"라며 "건보공단이 그동안 축적한 방대한 자료와 전향적인 연구 결과를 종합해 철저히 근거에 기반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행정을 펼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새로운 방향으로 건강보험을 혁신하되 국민 불편과 혼란이 없도록 서두르지 않으면서 충분한 근거와 공감대를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취임식 전 의사 출신 이사장에 반대하는 건보공단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건보공단 노조는 원주 본원 정문에서 '신임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영리화 민영화 정책 입장을 밝혀라', '감염병 진료비 건보재정 지출 12조9000억원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혀라'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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