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검진 내시경인증의 대상 확대를 두고 소화기 유관 학회들이 일제히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과·가정의학회에 대한 인증의 자격 부여는 '의료사고 증가', '국민의 생명 위협'과 같은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반면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의 30%는 외과·가정의학과가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가 없는 중상모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학회별 주장의 배경 및 학술적인 근거에 대해 살폈다.[편집자 주]
<상> 소화기 전문학회 아니면 내시경 위험하다? "근거 없어"
<하> 그들은 왜 싸우나…밥그릇 싸움 논란된 이유는
정부의 국가암검진 내시경 시술 자격 확대 방침을 두고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검증된 내시경 수련기관의 지정 및 인증 학회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유일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철저한 교육 및 인증 시스템을 통해 인증의를 배출해온 만큼 검증되지 않은 타 학회, 전문과에 국가암검진 내시경 시술 자격을 부여하면 내시경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의료사고도 증가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암검진 내시경 사업 평가 결과 소화기내시경학회 인증의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이같은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는 것.
결국 문제의 본질은 '문외한' 취급을 받는 외과학회와 가정의학회에서도 검사의 질을 보장할 만한 교육·평가·인증 시스템을 구비했냐는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 진실은 무엇일까.
■내시경 평가 성적표로 본 질적 관련성, 진실은?
내시경 검사는 내시경을 시행하는 검사 의사의 숙련도와 검사에 참여하는 보조인력, 시스템의 수준이 검사 결과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국가암검진 위암과 대장암 내시경 사업 평가 결과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인정하는 세부전문의가 타과 전문의 대비 여러 평가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평가 결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인정하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는 가정의학과, 외과를 포함한 타과 대비 내시경학 6개 분야(인력, 과정, 시설/장비, 성과, 소독, 진정)에서 우수했던 것.
따라서 이는 양질의 국가암검진 내시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검진기관의 인력 구성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기타 일반의 보다 국가암검진 위암 및 대장암의 질 관리 및 소독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시사한다는 논리다.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위암 및 대장암 질병 예측도에 있어서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기타 일반의에 비해 보다 위암 및 대장암 진단에서 우수한 질병예측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내시경 검사는 검사자의 질적 수준에 검사의 수준이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가정의학회·외과학회는 평가 설계 상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검진기관 질평가는 일반검진 및 암검진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써, 검사를 수행하는 주체에 대한 평가나 지표가 아니"라며 "따라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오도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시경학 6개 분야에서 인력 분야는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는 15점 만점을 받고, 그 이외 의사는 감점 처리되므로, 당연히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가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외 검진기관의 과정, 시설/장비, 성과 등을 평가한 점수는 검사를 수행하는 주체의 검사 전문성을 평가한 것은 아니기에 상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력 평가의 경우 1년 이상의 지도하 위내시경 수련을 받은 전문의, 500건 이상 시술 경험이 있을 경우 만점(15점)을 받을 수 있지만 근거 자료로 인정되는 것은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 인증서 또는 1년 이상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정한 수련병원에서의 내시경 수련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로 한정한다.
간 초음파의 경우 대한영상의학회에서 인증하거나 해당 학회 주관의 연수교육을 받지 않아도 공인되는 기관의 평점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것처럼 내시경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태생적으로 타과 전문의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채점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검진기관의 장이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구축한 시설, 장비를 비롯한 여러 시스템적 요소로 평가한 '검진기관 질평가 결과' 역시 검사자의 전문성과 관계가 없어 의료진의 질적 연관성 근거 자료로 삼기엔 부적절하다는 것.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만일 가정의학과와 외과 전문의를 일반의로 폄훼하면서 비전문가라는 인상을 심어주려한다면 이는 소화기내시경학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라며 "간암, 초음파 검진을 비롯한 다른 암검진 분야 등에서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는 본인들 주장대로 비전문가로 생각하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비전문가 논란? "양질의 커리큘럼, 소화기 유관 학회와 동급"
또 다른 논란은 과연 타 학회들이 소화기내시경학회만큼의 전문성을 갖춘 프로그램으로 내시경 인증의들을 양성할 수 있냐는 것. 질을 담보할만한 교육 체계와 관리 체계가 있냐는 물음이다.
이와 관련 외과학회 관계자는 "외과학회는 2008년부터 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세부전문의를 제도를 운영해 왔다"며 "현재까지 650명의 세부전문의가 배출돼 국가암검진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에 공식적으로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2022년 외과학회는 외과내시경 제1회 연수강좌를 시작으로 산하에 총 13명으로 구성된 내시경특임위원회를 신설, 내시경 관련 술기부터 소독 진정 교육 등의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외과학회 관계자는 "외과 내시경 교육은 내시경 소독과 진정, 내시경 질관리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조기암의 내시경적 진단, 내시경적 절제, 합병증의 치료, 수술 중 내시경, 수술 후 관리까지 포괄한다"며 "응시자격부터 제출 서류 및 검증, 자격 인증에 이르기까지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과학회의 경우 외과 내시경 인증의 규정을 2023년 4월 19일 제정했다.
인증의 응시자격은 ▲누적 대장내시경 시행 건수가 300회 이상, 또는 1년간 지도전문의의 지도하 수련 과정을 통해 대장내시경을 150회 이상 시행 ▲누적 위내시경 시행 건수가 500회 이상, 또는 1년간 지도전문의의 지도하 수련 과정을 통해 위내시경을 200회 이상 시행 ▲내시경 관련 유관학회에서 내시경 전문의(또는 인증의) 자격을 획득한 자로 규정했다.
응시자격에서 최소 150회의 시술 경험 등의 차등 조건을 설정한 만큼 무분별한 무자격자 양산과 같은 프레임은 중상모략에 가깝다는 것. 가정의학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2008년 대한가정의학회는 내시경특별위원회를 두고 내시경 교육, 평가 및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며 "내시경위원회 내시경 교육 및 수련 지침에 따라 일차의료 내시경 검사 및 진료의 일반 원칙, 상부위장관내시경, 대장내시경, 진정내시경, 내시경 재처리의 각 교육목표와 세부지침을 갖고 내시경지도전문의의 지도하에 충분한 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을 하고 있어, 특정 과가 우려하는 내시경 검사 질 저하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변화하는 일차의료 진료 환경에 따라 가정의학과 내시경 전문 자격의 신뢰도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내시경전문의 자격인정시험을 조기에 시행할 예정"이라며 "내시경 수련 병원을 지정해 1년 이상의 지도하 내시경 수련을 받은 전문의를 양성하겠다"고 자격 미달의 의사 양산 주장을 일축했다.
최근 속성 학원을 통한 내시경 술기 학습이 불거진 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문 학회와는 무관하다는 것. 속성 학원을 통한 자격 미달의 내시경 의사 배출 위험성에 대해 지적할 순 있지만 이를 타과 전문의 사례와 엮어 호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의료의 질 저하는 표면적 사유…내과 붕괴 우려가 핵심"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가정의학과 내시경 교육은 일차의료 환경에서 수행되는 내시경 검사 및 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인증한다"며 "예를 들어 위염과 장염, 소화성궤양, 조기 암 발견과 같은 흔하지만 소화기 질환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질환과 관련된 내시경 검사 및 치료에 대한 인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차 의료기관급에서 시행되는 내시경을 이용한 위암/대장암 절개 수술 또는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과 같은 침습적인 치료는 제외된다"며 "논란의 핵심인 건강인을 대상으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기 위한 검진의 질적 능력 및 전문성에 있어 가정의학과 내시경 인증의는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와 동등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내시경적점막박리술이나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의 전문성을 견줘 본 학회 내시경 전문자격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근거를 든 주장"이라며 "학원을 통한 속성 강의로서는 이런 전문성을 획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은 인정하지만 학회와 학원을 도매금으로 묶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소화기 유관 학회들이 검진 질 저하, 의료사고 위험 증가 등을 이유로 타과에 대한 문호 개방에 핏대를 세우고 있지만 논리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와 같은 내과 전공을 유도할 '메리트 상실'이 반대의 주요 이유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소화기 유관 학회는 대한외과학회나 대한가정의학과학회에서 내시경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책 변화를 두고 "의정 사태가 마치 공대생의 이탈과 공대의 위기를 부른 것처럼 내과 수련의 이탈과 내과의 위기가 그려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국가암검진 전문위원회의 이런 비정상적이고 강제로 밀어붙인 내시경 인증의 정책 변화로 유발된 필수의료인 내과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A대학병원 교수는 "이미 다양한 타과 전문의들이 내시경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내시경 관련 질적 우수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소화기 유관 학회들이 내세우는 검진 질 저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화기내시경학회의 주축은 소화기내과 전문의이고, 내시경 세부전문의 제도는 내과 전공을 유도하는 메리트로 작용했다"며 "아무래도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런 불안감의 발로로 타과 전문의의 내시경 인증의제 확대에 무리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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