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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 중서부 간이식 메카로 급부상…"서울과 나란히"

발행날짜: 2024-12-12 06:23:00

[학회라운지] 김석환 충남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대한이식학회 이사)
"2018년부터 인력·시설 집중 투자 결실…풍성한 연구 인프라도 한몫"

2024년은 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팀이 결실을 보게 된 해다.

독자적인 간이식 체계를 확립한 것이 2018년. 집중적인 인력 충원 및 투자를 진행한 결과 올해 충남대병원은 대전, 세종, 충청, 호남 지역 최초로 생체 간이식 100례를 달성하며 중서부권의 메카로 떠올랐다.

특히 의-정 갈등으로 전국 대학병원들의 생체 간이식 수술 급감 사례가 보고됐던터라 충남대병원의 수술 건수 증가는 이례적이라는 평.

수술 성공률에 있어 서울 유명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호성적을 내면서 비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충남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김석환 교수(대한간이식학회 정보위원장/한국간담췌외과학회 부총무/대한이식학회 이사)를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의-정 갈등 불똥에도 아랑곳…"되레 수술 건수 급증"

최근 대한간이식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의-정 갈등 사태 이후 올해 전국 단위의 생체간이식 수술 건수 감소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된 생체간이식 건수는 총 34건이었으나, 2024년 같은 기간에는 16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전남대학교병원 역시 2024년 0건으로 수술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반면 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팀은 지난 9월 대전, 세종, 충청, 호남 지역 최초로 생체 간이식 100례를 달성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김석환 교수는 "전년도 생체 간이식 수술 건수는 15건이었지만 올해는 25건으로 66.7%가 늘었고 덩달아 콩팥 이식도 증가세"라며 "아무래도 중서부권에서 충남대병원이 유일하게 기증자에 대한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김석환 교수는 충남대병원의 생체 간이식 수술 건수 증가의 배경으로 기증자 중심의 수술 방법 선택 및 로봇 수술 활용, 신기술 적용을 통한 높은 이식 성공률 등이 뒷받침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 대비 흉터 크기가 작고 회복이 빨라 기증자 입장에선 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간 수술에 로봇을 이용하는 곳도 충남대병원이 유일해 차별점이 있다"며 "특히 간이식은 고난이도의 위험한 수술이라는 인식이 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간이식 성공률은 보통 90~97%선. 술기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간이식은 위험한 고난이도 수술이라는 인식은 희미해진 대신 이제는 숙련된 간이식 전문의를 찾아 완성도 높은 수술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환자들의 니즈가 바뀌고 있다.

굳이 서울을 찾지 않아도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충남대병원을 찾게 만든 비결이라는 뜻. 실제로 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팀은 100례를 달성하는 동안 수술 이전 질병으로 인한 사망 사례를 제외하고 예후는 모두 성공적이다.

김석환 교수는 "충남대병원 본원에는 간이식 담당 교수가 본인을 포함해 세 분이 있고, 세종충남대병원에 한 분이 더 계신다"며 "이식에는 네 교수가 함께하기 때문에 높은 간이식 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원에서는 2018년부터 간이식 수술을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사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수술 이후 환자들의 모두 좋은 예후를 가지고 있다"며 "수술 성적만 놓고 보면 서울 대학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기 때문에 환자들도 믿고 충남대병원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간이식 메카된 비결 "풍성한 연구 인프라 뒷받침"

김석환 교수는 학술, 임상 연구에 진심인 '연구통'으로 불린다.

작년 일본간담췌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라이징스타로 선정됐고,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주관 국제학술대회인 'HBP Surgery week 2023'에서 프레지덴셜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학계에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

그가 주도한 간세포암 오가노이드 공동 배양에 관한 특허 역시 간암 연구에 초석이 됐다. 담도 질환 마우스 모델에 대한 특허 및 기술 이전 사례는 2024년 보건의료 R&D 우수성과 3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 결과들이 간이식 예후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석환 교수는 "간이식 기증자의 안전을 위해 많은 혈관을 남겨둔다"며 "수혜자 입장에선 혈관이 더 있으면 좋기 때문에 인조혈관을 사용하거나 뇌사자로부터 혈관을 가져와 사용해야 했는데 워낙 공급이 부족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생체 간이식 수술 시 인체 피부조직을 이용한 중간 간정맥 재건 방식을 시도하고 성공하게 됐다"며 "피부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혈관의 부족함 없이 수술이 가능해져 예후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충남대병원에서 인조혈관이 아닌 피부조직을 이용한 신기술을 2021년부터 적용했다"며 "최근에서야 몇몇 서울권 대학병원들이 이같은 방식을 시도할 정도로 충남대병원의 시도는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인조혈관과 피부조직을 이용한 혈관 적용시 합병증, 개통률에 차이가 발생하는지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며 "2021년부터 적용됐기 때문에 5년 및 10년이 되는 시점에 장기추적 관찰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장-뇌가 연결돼 있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 및 여기에서 더 확장된 간-뇌 축(Liver-Brain Axis) 이론도 그의 관심사다.

김 교수는 "최근 학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질병 치료, 신약 개발이 뜨거운 주제"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에서 영장류를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나 대변이식술이 간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적인 연구나 후향적인 혈액 샘플 분석에서 그친 게 아니라 수술적인 방법으로 문맥이나 대장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해 주목을 받은 것 같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한 지방간 치료(MASH)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마이크로바이옴과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담도암에 대한 스크리닝 플랫폼 제작이나 돼지의 간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간 장기 이식 연구에도 관심이 있다"며 "다양한 연구들이 환자들의 수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그런 노력들이 결국 수술 건수 증가와 같은 결실로 맺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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