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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치료 가능해진 난소암, 급여확대로 재정독성 해결"

발행날짜: 2025-01-02 05:30:00

김세익 서울대병원 교수, 제줄라 등 PARP 억제제 치료전략 설명
치료제 활용 위한 HRD 검사 증가…진단 의료기관 확대는 숙제

난소암은 자궁경부암과 달리 효과적인 조기 검진 방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난소암 환자들은 발견 당시 3기인 경우가 많을뿐더러 환자의 85%가 재발을 경험하는 등 재발률이 높은 암으로, 재발할 때마다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이 짧아져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 속한다.

실제로 2021년 기준, 5년 상대생존율 또한 유방암 및 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암과 비교해도 가장 낮다.

이 가운데 신규 표적 항암제의 진입이 더뎠던 난소암 분야에 최근 PARP 억제제를 활용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처방권 진입 초창기 바이오마커로 잡혔던 BRCA 유전자 변이 환자들로 시작해, 이제는 보다 상위 개념인 HRD(상동재조합결핍, 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변이에 이르기까지 처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2일 서울대병원 김세익 교수(산부인과)를 만나 난소암 치료제 급여확대와 활용을 위한 바이오마커인 HRD 진단 검사의 의미와 과제를 들어봤다.

맞춤치료 가능해진 난소암

임상현장에서의 난소암의 표준 치료는 종양절제술 이후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그리고 유지요법 치료로 진행된다. 이때 수술부터 항암치료까지의 과정은 약 4~5개월 동안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항암화학요법 경과는 물론, 이후의 치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난소암 바이오마커의 경우, 항암화학요법 이후 이어질 1차 유지요법에 대비해 확인해야 한다. 상피성 난소암에서는 새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생식선(germline) BRCA1/2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가 시행된다.

만약 검사 결과에서 변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조직 검사를 통해 앞선 검사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변이가 있는지 확인, 해당 검사 결과에서 조직(tissue) BRCA1/2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지 않으면 HRD 검사를 진행해 바이오마커에 따른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서울대병원 김세익 교수는 지난해 말 제줄라 등 PARP 억제제의 급여가 확대되면서 임상현장에서 난소암 치료패러다임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김세익 교수는 "환자 개개인의 최적화된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PFS와 전체생존기간(OS)의 연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함과 동시에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다양한 이상반응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관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와 HRD 검사 결과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 치료 시 발생한 이상반응, 경제적 요인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세익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내 허가된 PARP 억제제 중 하나인 제줄라(니라파립, 한국다케다제약) 1차 유지요법의 보험급여 인정 기준이 HRD 양성 난소암 환자로 확대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당 고시 이후, HRD 검사를 희망한다며 먼저 요청하는 환자가 다소 늘었다는 평가다.

그는 "BRCA1/2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음성(wild-type)인 환자들의 요청 시, 환자 상태를 고려해 HRD 검사를 진행한다"며 "HRD 양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세익 교수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국내 BRCA1/2 유전자 변이 유병률은 약 26%라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해외 통계에서는 HRD 양성 환자가 전체 난소암 환자 중 약 절반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수치가 확인되는데, BRCA1/2 유전자 변이는 약 30% 전후, HRD 양성은 60% 이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급여확대 계기로 치료패러다임 변화

이 가운데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HRD 양성이 확인된 난소암 환자들은 허가사항 기준으로 2가지 PARP 억제제 중 하나를 1차 유지요법(단독 또는 병용)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

즉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게 되면 각 약제의 특성과 환자의 상태에 맞춰 치료 전략을 명확하게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됐다. 다만, HRD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라 향후 검사기관 확대는 과제로 여겨진다

김세익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제줄라'가 국내 허가사항 기준으로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처방이 가능한 '올커머'(All-comer) 치료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참고로 난소암 1차 유지요법으로서 제줄라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3상 PRIMA 임상 연구에서 이어진 6.2년 간의 장기 추적 관찰 연구 결과, 임상적 확정시점(Clinical cutoff date)에서 HRD 환자군의 PFS 중앙값은 제줄라군 24.5개월, 위약군 11.2개월로 나타났다(HR 0.52; 95% CI, 0.40-0.68; P<0.001).

그는 "주요 임상 연구 결과 모든 바이오마커군에서 유의미한 치료 혜택이 확인됐지만 특히나 BRCA1/2 유전자 변이를 포함한 HRD 양성 난소암 환자군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유의미한 PFS 연장 혜택을 제공했다"며 "게다가 HRD 양성 난소암 환자의 1차 유지요법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 검사 결과 BRCA1/2 유전자 변이 또는 HRD 양성이 확인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세익 교수는 제줄라 급여 확대를 계기로 재정적으로 부담을 느꼈던 환자들에게 치료기회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세익 교수는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서 PARP 억제제 처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그 중에서 경제적 부담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되기 이전에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HRD 양성 환자들이 제줄라 처방을 원하더라도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진단 검사를 통해 HRD 양성이 확인된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져 이전보다 더욱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김세익 교수는 장기적으로 난소암이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치료성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제줄라는 HRD 양성 난소암 1차 유지요법 시 단독 복용이 가능해 환자들에게 치료 편의성을 제공한다. 올라파립의 경우 HRD 양성 난소암 1차 유지요법 시 베바시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았다"며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사로 베바시주맙을 투여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진료 대기를 포함한 내원 시간에 대한 부담, 그리고 주사 치료 자체가 환자들에게 여러모로 제한이 될 수 있다. 제줄라는 하루 1회 복용으로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익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난소암 유병율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동시에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비롯해 생존율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난소암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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