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움, 고독, 우울을 자주 접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이중적인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경제적 지표에서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회적 지표는 현저히 낮은 상태이다.
특히 사회 관계망의 경우, 젊은 층에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령층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단절과 고립이라는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전세계 자살률 1위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은 예술가들의 예리한 통찰을 통해 일찍이 포착돼 왔다. 초현실주의와 형이상학적 회화의 선구자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는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고립의 정서를 작품에 담아냈다. 그의 대표작인 '거리의 신비와 우울'은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한적한 도시 풍경 속에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림 속에는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 길고 텅 빈 거리와, 어린 소녀로 보이는 인물이 후프를 굴리며 달려가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대형 건축물과 검은 어둠 속으로 이어진 문이 보이며, 화면 오른쪽에는 알 수 없는 존재감의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와 요소는 우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키리코의 작품은 이처럼 빈 광장, 기이한 오브제, 긴 그림자 등을 통해 이러한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독한 인물들은 익명성이 강조된 형태로 표현되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의 소외감과 인간 내면의 고립을 상징하고 있다. 그는 극적인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활용하여 불안정한 조화를 만들어내며, 이는 작품에 강렬한 심리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키리코의 작품은 초현실주의 화가들, 특히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그의 초기 작품에서 보이는 초현실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접근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단지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이미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을 남겼다. 이처럼 키리코는 화가로서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 특히 우울과 고독을 깊이 탐구한 사상가로도 평가받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역시 도시의 고독과 소외감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강렬한 구도, 사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색채와 빛의 사용,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가 특징적이다. 그는 도시의 거리, 외딴 주유소, 호텔방, 카페 등 인간의 고립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들을 자주 그렸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내러티브를 내포하며, 우리에게 그림 속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호퍼의 작품은 우울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특히 주목받는다.
밤샘하는 사람들(Nighthawks)은 밤의 카페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단절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도시 속 고립과 익명성을 표현했다. 오토맷(Automat)에서는 혼자 커피를 마시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을 암시했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정서적 단절과 공허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아침 햇살(Morning Sun)은 우울이라는 주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정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녀의 자세와 시선, 주변의 단순한 배경은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공허를 강조한다.
작품에서 사용된 따뜻한 색조의 아침 햇빛은 여인의 내면과 대조를 이루며 우울한 정서를 더 강렬히 드러낸다. 그녀는 물리적으로는 밝은 빛 속에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고립된 상태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처럼 아침 햇살은 호퍼가 일상적인 장면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심도 있게 탐구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호퍼는 작품 속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지만,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지녔다. 그는 단순한 장면을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개인의 고립과 우울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삶의 질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의 삶의 질 연구는 주로 국가적 차원에서는 GDP 등 경제적 지표에 집중했으며, 지역적 차원에서는 문제에 노출된 개인에 대한 상담과 치료 또는 선택적 복지 접근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앞으로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고립 등 구체적인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조적 개입이 정책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특히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지역의 위험을 통제하는 차원을 넘어, 관계망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공동체의 형성은 함께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관계망의 구축에서 시작된다. 개인의 사회적 취약성을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며, 나아가 사회적 통합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중적 접근을 통해 현대 사회의 고독과 단절을 극복하고,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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