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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개선 핵심은 노동권 보장과 법적책임 전가 '이구동성'

발행날짜: 2025-03-04 12:39:43

4일 국회토론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안전망 확충 논의
과도한 업무과 법적 부담 완화 필요…수평위 구조 개선도 시급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과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다.

4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은 국회토론회를 열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는 발제를 통해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과 전공의 개인에게 전가되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은 국회토론회를 열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전공의들에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과도한 업무에 노출돼 있으며, 빈번한 전공의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 연루되고 있다는 우려다. 전공의의 피교육자·수련생으로서의 신분을 고려할 때, 이들은 소수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는 게 마땅하다는 것.

특히 허 교수는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수련환경 평가위원회의 정상화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 책임 경감 등으로 전공의들이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 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 수련병원은 오랜 기간 극악의 노동 환경에 처한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저수가로 인한 경영 부진을 타개해 왔다"며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부담은 전공의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오늘날의 전공의들은 기본권도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의 수련을 완전히 포기했고 이런 현상은 바이탈을 다루는 전공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전공의를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피교육자로 인식하고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를 때, 비로소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후대가 양성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공의들의 지적도 비슷했다.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극도의 피로 속에 있는 전공의는, 환자의 생사가 걸린 순간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관련 예시로 1984년 미국 뉴옥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해 부적절한 치료를 받아 사망한 사고를 들었다. 하지만 담당 전공의가 당시 36시간 연속 근무 중이었고, 극도의 피로 상태에서 진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미국 사회 전역에 전공의 과로가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형성됐고, 자연스럽게 법안 개정까지 이어졌다는 것.

박 전공의 대표는 "현재 전공의들은 급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돌봐야 하기에 전문의 백업 없이는 점심시간조차 온전히 이용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병원에서는 총근무 시간에서 법적 휴게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수련 시간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공의는 사실상 실질적인 수련 시간보다 매주 12시간 이상 추가로 근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는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 환경과 과도한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이를 종합하면 주 100시간에 달하는 과중한 노동이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실질적으로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사의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판례처럼 실질적으로 업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전공의의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공의가 과도한 법적 책임을 떠안고 있는 상황도 지적했다. 특히 그는 내부적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1명 중 12명이 수련 과정에서 의료소송으로 경찰 조사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련병원에서 법적 책임을 분담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07~2016년 수술 본과 의료소송 사례의 85%가 병원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역시 2015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원안에 수련병원의 의료사고 주의·감독 의무가 명시돼 있었지만 삭제됐다. 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도 손해배상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공정성·독립성을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전공의 추천 위원의 비율을 과반으로 확대하고, 독립적인 기구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수평위는 병원 경영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대한병원협회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위원 15명 중에 전공의 대표자는 단 2명에 불과하다.

박 전공의 대표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교수 단체에서도 전공의 위원 확대와 보건복지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 바 있다"며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기는커녕 보건복지부 지정 위원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했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기구에서조차 전공의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 상태에선 수련환경이든 의료사고 안전망이든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내긴 힘들다. 전공의 수련은 당장의 환자의 안전과 미래의 국민 건강까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병원이 전공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있었다면 앞으론 전공의에 어떻게 수련 기회를 줘서 미래 의료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규 대표는 의평원 등을 활용한 독립된 전공의 수련 기관 확립과, 전공의가 평가에 참여하는 바텀 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직전공의이자 의료소비자단체 '병원다니는사람들' 대표인 김찬규는 이 같은 대책과 함께 수련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련병원에 내원하면 수련의 신분인 전공의가 진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감수할 만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국민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수련병원 차원에서 이를 환자에게 알리는 사전 고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법과 제도는 사회적 인식을 뒤따라가기 마련이다. 의료사고 판결문들을 보면 대부분 미흡한 사람이 시술해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아직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라며 "이런 사회적 인식이 담보돼야 법제화를 통한 수련병원 고지 제도 등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독립된 수련 평가 기관으로 삼아 독립성을 확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실제 미국 전공의 수련 기관의 경우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임시 면허 ▲펠로우십까지 일원화돼, 일관성 있고 단계적인 의사 수련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의평원 역시 전공의 수련 관련 연구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갖출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도제식 수련 교육에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 전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수나 병원에 의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독립된 수련 평가 기관에 더해 피교육자 역시 평가에 개입하는 '바텀 업' 방식의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김 대표는 "다른 대학에선 학생이 교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전공의들이 직접 병원 의국이나 수련 제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며 "다만 수평위 관련 법안을 보면 평가에 따라 병원별 재정·제도적 지원을 달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이 적절히 수련 제도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패널티로 이를 개선할 요인을 둬야 한다"며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공의들이 수련을 기꺼이 감내할 만한 합리적인 수련병원의 환경이 갖추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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