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 가격과 처방 병원 정보를 노출하면서 이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와 법조계는 전문약 대중광고 금지 위반 및 환자 유인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플랫폼 측은 환자 알 권리를 위한 조치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약 이름 가려도 유인 뚜렷…법조계 "위법 소지 다분"
31일 의료계에서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전문의약품 노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환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로 봐야 할지, 아니면 전문의약품 광고 및 환자 알선 행위로 봐야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논란의 발단은 관련 앱이 지도에 마운자로·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가격과 처방 가능 병·의원을 노출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상품명을 일부 가린 채 비급여 가격, 용량, 인근 처방 가능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식이다.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병원 찾기 메뉴에 들어가면 지도 내에 구매 가능 지점과 가격이 한 번에 팝업되고, 이를 클릭하면 방문 예약 페이지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플랫폼 이용자에게 관련 의약품의 용량·수량을 '다이어트 주사제', '최저가', '온누리(상품권) 가능' 등의 키워드와 엮어 안내하는 알림톡이 전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는 약국이나, 최저가인 약국을 한데 모아놨다는 식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관련 서비스가 약사법과 의료법을 동시에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이전의 정부 규제 공백 속에서 플랫폼이라는 회색지대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과 달리 전문의약품의 명칭과 가격, 수량까지 특정해 환자를 유도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으로 봐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서로 이강일 변호사는 "이 서비스는 수술이나 시술 가격을 비교하는 미용 플랫폼과 달리,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 전문의약품의 특정 상품명과 수량을 제시하는 방식"이라며 "환자가 수량과 용량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 병원으로 환자가 유인될 수 있게 만든 구조는 광고이자 유인 및 알선 행위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비급여 가격 자체는 표시할 수 있지만, 처방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를 노출해 수수료나 광고비를 취한다면 의료법 위반을 피하기 어렵다"며 "특정 전문의약품에 대한 가격 비교 자체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만큼, 결국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문제가 함께 충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의협 "영리 목적 유인행위 변질 우려…오남용 조장"
의사단체들 역시 플랫폼의 이 같은 영업 방식이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 및 알선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 정보 제공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플랫폼과 계약을 맺거나 광고비를 지불한 특정 병원들에 환자를 유도하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관련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다이어트 주사제'라는 단어도 비판 대상이다. 치료 목적으로 엄격한 기준 하에 처방돼야 할 전문의약품을 다이어트 명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는 것은 오남용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이런 서비스 방식은 경제적 이익과 분리돼 있는지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며 "표면상으론 영리 목적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간접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기 쉽다. 특히 이용자에게 보낸 알림톡을 통해 노출되는 기관과 특정 계약이나 제휴가 이뤄진 것은 아닌지를 외부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서비스 방식은 의료법상 영리 목적 환자 유인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라며 "무엇보다 의사 판단하에 엄격한 기준을 거쳐 처방돼야 할 전문의약품을 다이어트 주사제로 칭해 아무에게나 파는 일반 의약품처럼 광고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음성적 쏠림 문제 막기 위한 환자 알 권리 보장"
반면 플랫폼 등 산업계에선 이 같은 서비스가 정보 비대칭이 심한 비급여 시장에서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반박이 나온다.
비급여 의약품의 특성상 처방 가능한 병원이나 가격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이 이른바 '성지 병원'으로 몰리는 음성적인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기계적인 처방을 남발하는 특정 의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상황의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다. 이에 이용자가 거주지나 직장 인근의 가격을 미리 탐색하고 적절한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내원 경로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영리 목적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관련 서비스는 특정 병원을 추천하거나 이에 따른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가 아니며, 단순히 환자 위치를 기반으로 지역 내 병원과 약국 정보를 투명하게 노출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환자 유인이 아닌, 온전히 환자의 선택에 맡기는 구조라는 것.
이와 관련 닥터나우 관계자는 "환자들이 본인이 필요로 하는 약을 어디에서 처방받고 비용은 얼마나 소요될지 아는 것은 당연한 알 권리에 해당한다"라며 "특정 병원이나 약국을 추천하는 경로 없이 환자 위치를 기반으로 노출해 온전히 환자의 선택에 따라 내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관련 논란을 둘러싼 각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오는 12월 법 시행에 앞서 규제 사각지대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서비스가 특정 병원·약국으로의 유인 행위인지, 환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정보 제공인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관련 사안에 대한 정부 부처 간의 유권해석도 엇갈리는 만큼 관련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후 대면으로 약을 수령하는 구조여서 불법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면 식약처는 인터넷 매체를 통한 전문약 명칭 및 정보 노출 등 약사법상 대중 광고 금지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주무 부처 간 유권해석이 엇갈릴 정도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의미"라며 "법 시행 전에 비대면 진료 범위나 약 배송 관련 사안뿐 아니라, 광고나 전문의약품 노출에 대한 기준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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