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건강보험 등재를 향한 제약사들의 희비가 명확히 엇갈렸다.
정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이하 허평협) 시범사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나, 소아와 성인이라는 환자군 특성 및 경제성평가 대조군의 가격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며 최종 성적표가 갈렸다.

한국유씨비제약의 소아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액(펜플루라민염산염)'이 허평협 트랙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며 이달 1일부터 본격적인 급여 적용에 돌입한 반면, 한국MSD의 성인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는 기존 절차를 중도 철회하고 새롭게 개설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경제성평가' 장벽에서 갈린 명암
당초 두 약제는 보건당국의 허평협 시범사업 대상에 함께 선정되며 혁신 신약의 신속한 도입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세부 급여 평가 과정, 특히 경제성평가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했다.
우선 한국유씨비제약의 '핀테플라'는 소아 극희귀 난치질환인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로서 까다로운 허평협 트랙 내에서 경제성평가 자료를 성공적으로 소명하며 심사 단계를 원활히 통과했다.
지난 2025년 12월 식약처 품목 허가 이후 속도를 내며 마침내 이달 1일 자로 건강보험 급여 본선 안착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MSD의 '윈레브에어'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First-in-class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비교 대상이 되는 기존 환자 치료용 상대 약제들이 상당히 저가로 형성되어 있다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경제성평가 입증 과정에서 큰 장벽에 가로막혀 심사가 장기간 정체됐고, 결국 기존 절차를 완주하지 못한 채 중도 철회한 뒤 올 하반기 도입된 '신속등재 시범사업'으로 우회해 재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달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되는 핀테플라는 3종 이상의 기존 항뇌전증약을 충분히 투여했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2세 이상 드라벳 증후군 환자의 발작 치료 부가요법으로 쓰인다. 드라벳 증후군은 환자의 최대 15%가 유아기·청소년기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소아 극희귀 난치질환이다.
핀테플라는 세로토닌 수용체 작용과 시그마-1 수용체 경로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 기전 항발작제로, 3상 임상에서 위약 대비 월평균 경련성 발작 빈도를 54~65% 유의하게 줄였다.
한국유씨비제약 에드워드 리 대표는 "정부의 허평협 시범사업을 통해 이뤄낸 결실인 만큼 환자들이 적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윈레브에어는 20여 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사망 등 임상적 악화 위험을 84% 감소시키는 혁신성을 입증했음에도 성인 대상 약가 구조 속 경제성평가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한국MSD는 기존 절차를 철회하고 지난달 31일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으로 변경 신청을 단행했다.
이 시범사업은 단기간 내 효과 검증이 어려운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해 임상적 유용성 중심으로 평가하고 등재 후 사후평가를 실시해, 등재 기간을 현행 240일에서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제도다.
한국MSD 관계자는 "폐동맥고혈압은 평균 생존기간이 3년에 불과한 치명적인 중증 희귀질환"이라며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이 보장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허평협 트랙으로 출발했더라도 소아 대상 환자군에서 경제성평가를 통과한 핀테플라와 달리, 윈레브에어는 성인 대상이면서 상대 대조약이 저가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과가 엇갈린 이번 사례는 향후 고가 희귀질환 신약들이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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