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이하 고당사업)의 핵심인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약제비 지원 철회를 두고, 그동안 사업을 운영해온 센터들의 반발이 거세다.
센터들은 병원 방문을 유도해 얻는 예방 효과가 큰데 이를 돌연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2007년과 의료 환경이 달라진 만큼 새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고당사업은 2007년 대구광역시 시범사업에서 출발해 16년 동안 19개 지역에서 이어져 왔다. 65세 이상 등록 노인이 방문할 때 진료비 1,500원, 약제비 2,0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지원은 '환자 등록 → 정기적 의원·약국 이용 → 의료이용 확인 → 미방문자 발견 → 리콜·리마인드 → 교육·상담 → 지속치료'로 이어지는 이른바 만성질환 관리체계의 출발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국정과제인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새로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개선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존 고당사업의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진료비·약제비 국고 지원은 중단되고, 지역별로 운영해온 등록교육센터는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로 전환된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과 연계해 이 사업에 등록된 환자를 교육하고, 대상자를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전국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춘배 전국 고당등록관리사업 공동대책협의회 대표(연세대 원주의과대학·홍천군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는 28일 국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지원 중단 여부를 둘러싼 미시적 논쟁을 넘어, 노인환자의 의료이용과 지속치료, 지역 의료서비스 만족, 지역 정주여건이라는 세 연결고리를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재검토를 요구하는 배경은 사업 방식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작은 경제적 유인과 지역사회 등록관리체계가 결합해 지속적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구조"라며 "약 45만 명의 노인 등록환자에 대한 지원을 끊으면 몇 천 원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등록·모니터링·교육상담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지 않고 진료, 투약, 식사·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초고령사회에서는 '치료받을 수 있는가'보다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정책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영 광명시 고당센터장(중앙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교수는 소액 의료비 지원과 등록관리체계가 결합된 형태는 과학적으로 충분한 효과와 경제성이 입증된 모형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전국 고당사업 등록자를 5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등록군은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이 1.9%(2,402명) 낮았으며, 뇌혈관질환(0.4%), 심장질환(0.3%), 신장질환(0.2%) 등의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발생률도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효과와 경제성이 입증된 핵심 성과기전을 없애고 구체적인 모형과 예비타당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사업 철회는 민간기관들이 정부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와 질병청은 지원 삭감의 보완책으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의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새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의 대상자와 관리 방식이 구체화되지 않아 현장의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강민구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 과장은 우려하는 부분은 이해한다면서도 사업 연계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과장은 "새 시범사업은 지역사회 인프라(예: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센터 등)와 연계하여 지원받는 체계를 지향할 것"이라며 "규모를 작게 시작하므로, 기존 질병관리청 등에서 운영하던 등록관리사업 지역 전체를 일괄 전환하기보다는 가능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연계·참여시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청의 기존 사업 개편안과 보건복지부의 사업 방향 간 지속적인 협의 및 연계가 필요하고, 또 기존 사업 방식에서 새로운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 방안과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시범사업의 대상 연령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강 과장은 "새 시범사업은 초기에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연령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특정 질환(고혈압·당뇨 등)에 국한되지 않고, 질환과 대상을 제한하지 않는 보편적인 주치의 체계를 구축한 뒤 필요 시 특정 질환 전문 관리 서비스를 연계하는 구조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무 부서인 이연경 질병청 만성질환예방과 과장은 제도 변화의 당위성으로 달라진 보건의료 환경을 들었다.
이 과장은 "2007년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고당사업)' 시작 당시와 달리, 현재는 통합돌봄, 지역 필수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국민 인식도 크게 개선되었다"며 "특히 관리 지표가 대폭 개선되어 과거 50% 수준이던 인지율·치료율 등이 현재는 70%를 상회할 정도로 전반적인 관리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과장은 "20~30대 등 젊은 층의 경우 고혈압 인지율이 약 20%대에 불과해(약 80%는 질환을 인지하지 못함), 기존 노인 중심에서 젊은 층의 조기 발견 및 인식 제고로 지원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이번 지원 중단은 '직접 의료비 지원'에서 '상담·관리 인프라 확충'으로의 전환으로 이해해 달라는 것이 이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대 초반에는 직접적인 의료비 지원이 효과적이었으나, 특정 지역·연령에 한정되기보다 더 넓은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가 필요했다"며 "복약 안내, 내원 일정 확인, 상담 등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등록관리센터 인프라와 전담 인력을 확대하고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비 지원은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사업' 체계와 연계된다. 이 과장은 "그중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은 생활습관 개선, 교육 이수, 케어플랜 수립 등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연간 약 8만 원 상당의 포인트·지원금)를 제공하여 환자의 자기관리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 과장은 "이번 새 사업은 단독 의료기관의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지속적 만성질환 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지자체 사업과 유기적으로 협력·보완해 나가는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어르신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핵심이라는 큰 정책 방향은 기존과 동일하며, 세부 실행 방식(각론)의 차이는 유관 부처 및 부서 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조율하고,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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