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기피현상은 수련후 개원할 때 할 게 없기 때문이다. 개방병원을 활성화하고,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대한외과학회 권굉보(영남의대) 회장은 30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개방병원제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과를 기피하는 것은 수가가 낮고, 수련을 마치고 개원해도 그간 배운 술기를 사용할 수가 없는 의료환경이 원인”이라면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 외과의사들이 개원할 때 개방병원에서 기술과 지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영남대의료원장 시절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방병원제도를 시행했지만 개방의사에게 별로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것을 예로 들면서 수가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의료에서 외과의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육성하지 않으면 결국 후진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이들에게 내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개방병원 활성화를 재차 역설했다.

외과 세부전문의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 회장은 “의학의 발전에 맞게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세부전문의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개원의들은 수가를 차등화하거나 의료분쟁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좀더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회 구성원들이 세부전문의제도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외과 인력수급과 국민 의료에 필요한 교과과정 개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상대가치점수 전면개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전체 파이를 키우지 않고 진료과간 점수를 조정하려고 하니 얼마나 수가가 현실화될지 회의적”이라면서 “수가가 인하되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는 의료계 내부 분란을 일으킬 게 아니라 파이를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항암치료와 관련, 내과와의 일부 갈등에 대해 그는 “외과는 과거부터 항암치료를 해 왔는데 하루 아침에 못하게 하는 건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 회장은 “진료과간 배타적으로 하지 말고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를 위해 양쪽이 협조해야 한다”면서 “외과의사도 항암치료에 대해 많이 공부하는데 혈액종양내과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고, 협진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외과의 발전사를 보면 20세기 들어 진단기기와 수술기기가 발전하면서 전성기를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내시경이나 초음파 등을 이용한 비외과적 치료술 등이 발전하면서 외과영역이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외과영역 축소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과의사의 미래를 위해 교육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할 경우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굉보 회장은 “일례로 외과에 내시경이나 초음파기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병원 수련심사에 반영토록 하는 등 현실에 맞게 바꿔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