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원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원장 김덕희)이 적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선진의료기법을 적용하고,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발달장애 전문클리닉.
발달장애 전문클리닉은 국내 처음으로 신경과와 재활의학과, 정신과 의료진이 한 진료실에서 동시에 진료하는 합동진료를 시도하고 있다.
김덕희 원장은 “넓은 진료실을 내줘 환자 서비스를 해 봤는데 보호자들이 좋아하고, 진료시간이 줄었다”면서 “중복검사도 없앨 수 있고, 무엇보다 의료진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해 최선의 치료방침을 결정할 수 있어 앞으로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병원은 3개 이상 진료과 전문의가 협진하는 5개 전문클리닉과 2개 진료과가 협진하는 6개 특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합동진료나 협진에 대한 별도 진료수가항목이 없어 진찰료를 1회만 산정할 수밖에 없어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5개나 더 늘렸다.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간호사나 보조인력 역시 증가했다.
김덕희 원장은 “인건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면서 “인건비 비중이 40%에서 50%로 늘어나 적자가 발생하면 아무리 진료 잘해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래도 그는 “어린이환자가 전체 환자 가운데 비중이 적지만 아픈 사람은 아픈 것”이라면서 “최신의학으로 치료하기 위해 어린이병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나름대로 어린이병원이 적자를 면할 대비책도 강구하고 있다. 외국 환자 유치가 대안의 하나.
김덕희 원장은 “우리 병원의 간질 치료성적은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의 연간 30례에 버금간다”면서 “중국에는 간질환자가 많아 이들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중국만큼 시장이 넓은 나라는 없다”면서 “중국 경제가 좋아져 환자 유치가 가능하고 이들 환자들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 수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게 의료산업화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어린이병원은 뇌성마비, 배뇨장애 치료를 받기 위해 동남아, 동북아 지역 등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이들 환자 유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원장은 “미국은 하루에 6명만 진료해도 병원이 운영되지만 우리나라는 60명을 봐도 적자”라면서 “하루 속히 사고를 전환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금방 따라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병원이 적자가 보더라도 최소한의 범위가 되도록 해외환자를 적극 유치하고 기부금을 최대한 확보해 돈이 없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면서 “6개월만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어린이병원 적자 온상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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