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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병원 삐딱하게 보기

김진
발행날짜: 2003-10-27 08:56:59

정신과 전문의 김진(닥터헬프 대표이사)

개원가에 불황이 닥치면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한창이다. 그러나 남의 월급 받는 것도 결국 한계가 있는지라 어려운 와중에도 개원을 생각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네트워크 병원”이다.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이 이미 많이 언급한 터라 굳이 내 목소리를 더할 필요는 없겠다. 그보다는 네트워크 병원 참여를 고려중인 의사의 입장에서 고려할 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일종의 프랜차이즈나 분원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네트워크 병원을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까. 성공적인 병원 경영의 사례로만 인용되는 것은 옛 이야기이다. 장점 못지 않게 많은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면서 나름대로의 룰이 정해지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에 참여, 설립, 운영 과정에서 겪은 주변의 예를 거울 삼아 하나씩 검토해보자.

1. 참여비 문제

참여하려면 여러 조건이 따르지만, 그 중 하나는 돈이다. 선두주자로 언급되는 A 치과의 네트워크에 참여하려면, 수 천 만원의 가입비와 월 비용이 든다. 의료계의 경우는 대개 일정 기간의 근무를 통해 본원의 시스템을 익히고 분원 형태로 개원하는 형태를 취한다. 공개하지 않는 내부 규정들이 있지만, 부분적 봉직 형태, 지분참여나 매출의 몇 % 식의 수익분배 룰 등이 적용되기도 한다.

일종의 노하우와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셈이다. 득실을 따져, 참여와 포기 중에 선택해야 한다. 투자에 따른 반대급부를 가늠하는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문제의 소지는 많다.

문제는 바로 그 대가에 대한 보상이 적을 경우, 즉 경영이 생각보다 원활하지 않다거나, 중앙의 관리가 소홀하거나 할 경우이다. 또한 분쟁이 생길 경우 그 대가에 대한 권리, 즉 브랜드의 사용에 대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가끔은 너무 잘되어도 문제가 된다. C 척추병원은 지방에 분원을 내면서 매출의 일정 부분을 취하는 형태로 브랜드를 내어주었다. 그러나 분원에서 너무 운영이 잘 되자 매출의 일정부분의 몫이 너무 커져버렸다. 분원의 원장이 배가 아파진 것은 당연했다. 결국 만만치 않은 갈등을 겪은 후에야 재조정되었다.

2. 의사결정 문제

네트워크 시스템은, 대표원장, 본원 원장, 오너 원장 등 많은 의사결정 단계가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에는 당연히 어느 정도 결정권을 더 가진 사람이 있는 법이다. 네트워크 병원은 큰 틀 안에서 움직이며 공동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율적인 의원 운영이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E치과 네트워크의 원장은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러나 좋은 철학이라도 100%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시스템은 투명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하지만, 지방의 원장들을 다 설득할 수는 없었다.

실질적으로는 직영 형태인 경우, 의사결정에 문제의 소지는 별로 없다. 이와는 달리 공동개원의 형태에서 분리되거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네트워크에서는 심각한 의견 충돌이 많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문제가 터지기 쉽고, 일단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 네트워크 전체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3. 탈퇴 문제

시작할 땐 뜻이 맞고 의욕도 커서 네트워크에 참여하였지만,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나 이런저런 갈등으로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로 마음 먹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쪽이 나는 내분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겠지만, 단지 혼자만 큰 네트워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경우라 할지라도 문제는 있다.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기존의 수익 분배율이나 지분이 섞여 있는 경우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기존 시스템의 노하우나 공동 재산에 대한 유출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등과 관련하여 큰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4. 실효성 문제

네트워크 병원이 잘 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네트워킹의 효과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장점이라고 여길까?
강력한 브랜드로 인한 초기 진입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 개원과 병원 운영과 관련한 기존 시스템 접목으로 시행착오 적은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공동의 장점을 이용한 각종 마케팅 및 구매 관련한 비용 절감 등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얼마 전 개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 이러한 네트워크 병원도 급격한 확장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강력할 것으로만 생각했던 브랜드 병원은 현재 어떻게 되었는가? 상당수 문을 닫고 철수하기도 하고, 축소하거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생각만큼 그 브랜드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되지 않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대면 모두 아는 D 피부과 브랜드는 강북의 한 곳에 분원을 열었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되며 매출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결국 비슷한 시기에 개원했던 인근의 한 무명(?)의 피부과가 나름의 선전을 하는 반면, 네트워킹을 선택했던 피부과는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 물러서게 되었다. 즉 브랜드가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곧 경쟁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네트워크라고 해서 무조건 경쟁력을 지녔다고 인정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대단한 특혜처럼 느껴졌던 노하우 전수나 홈페이지 공유, 인테리어나 장비를 비롯한 소모품공동구매, 정기적인 교육이나 세미나와 같은 조건만이 네트워크 병원의 성공 요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시대는 지났다. 치러야 할 대가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잘 따져봐야 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아울러 재무 문제뿐 아니라, 의사 결정을 포함한 확실한 룰(Rule)과 명확한 계약을 통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일단 참여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고 자율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더 나은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각자가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대부분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끼리의 문제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딘가 참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남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어울리기 위해 내 것을 나누어주고, 서로에게 맞추어 가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한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수련 받은 의사들에게 네트워크라는 것은 결코 익숙한 방식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되는 문제와 불편함에 대해 미리 검토하고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 전문의 김진(닥터헬프 컨설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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