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연말 개각의 최우선 기준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 청와대의 ‘장관업무평가’에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내외적으로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총선 출마를 이유로 한 사퇴의 방식이 되건 혹은 경질의 형태가 되던 간에, 오는 20일 직후로 예정된 정부 개각에서 김 장관의 중도하차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김 장관이 이처럼 청와대의 장관 업무 평가에서 대내외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무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첫째, 참여정부의 보건복지정책 공약에 대한 성과가 미미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권의 가장 핵심적인 보건의료 정책이었던 공공의료확충 사업의 가시적 성과는 물론 앞으로의 예산 확보마저 실패했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둘째, 태생적으로는 참여정부와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시민단체와의 불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 이래로 수년간 보건복지 정책분야를 둘러싸고 김화중 장관만큼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은 전례는 없었다.
의료기관평가의 병협 이양, 포괄수가제 전면시행 방침 철회에서 급기야 시민단체의 인사청탁 사실 폭로에 이르기까지 김 장관은 시민단체와의 관계에서 악수를 거듭해 왔다.
셋째, 내부적으로 실무자들을 당황시킬 정도의 돌발적 발언과 정책 변화가 대내외적 평가를 깎아 내리는 데 한 몫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포괄수가제 전면 철회까지의 과정이다.
포괄수가제의 전면시행 철회 방침이 처음 밝혀진 것은 지난 9월 2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현장에서였다.
그러나 22일 당일만 해도 오전부터 DRG에 대한 논란이 여러 차례 벌어졌으나 장관은 철회 방침을 언급하지 않다가, 오후 늦게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이를 질의하자 “희망기관에 대해서만 적용하겠다”고 발언해 주변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보육 업무의 여성부 이관 문제나 경제 자유구역 내의 내국인 진료 허용 문제 역시 당초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이를 변경하는 등 복지부 실무자들조차 당황케 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만일에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실제로 김 장관이 물러나게 되는 경우, 중요한 것은 이같은 시행착오들이 후임자의 인선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부처나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의료정책을 과감하게 수행하며,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정상화 하고, 내부적으로는 복지부 공무원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할 인물이 선택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의 전례로 볼 때 노무현 정부가 전형적인 ‘코드인사’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차기 장관 대상자는 결국 한 두 사람으로 좁혀진다.
어찌되든 김 장관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평가들을 불식시킬 인물이 차기 장관이 된다면 앞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규제는 더욱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결론이 자명하다.
결국 김화중 장관이 물러난 뒤에 의료계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는 더욱 거세지고 의료계는 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의료계는 김 장관이 떠난 빈자리에 서서 오히려 '그때'를 그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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